[송진우의 눈]환경부의 석연찮은 리콜정보 미공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21 10:08

산업부 송진우 기자


"민감한 사안이라서 대외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

환경부가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했던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리콜 이행률을 더 이상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살인 에어백’ ‘죽음의 에어백’ 등 무서운 악명을 얻으면서 업계 안팎을 뜨겁게 달궜던 다카타 에어백에 관한 리콜 이행률을 국토교통부가 지금까지 공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환경부의 입장 바꾸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리콜을 발표한 이후 리콜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챙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 같은 의무를 제대로 행하지 않고 있어서 숨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에 따르면 정부에서 분기마다 리콜률을 최신화, 업데이트해 집계한다. 그는 지속적인 관리 및 감독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서 환경부가 비공개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점쳤다.

재판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애초 환경부에서 승인한 리콜 자체가 잘못됐다. 리콜 승인 철회를 요구한 소송이 현재 고등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이다." 디젤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소송을 치렀던 한 변호사가 전한 말이다. 판결을 앞둔 환경부가 이른바 ‘제 발 저리기’ 식으로 리콜 이행률을 감추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재판부 눈치 보기를 시작했을 것이란 짐작이다.

리콜 이행률 자체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존재했다. 원활히 진행 중인 리콜이라면 리콜을 승인한 환경부도, 또 이를 실시한 업체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어했을 것이란 게 골자다. 국내에서 화재 사고와 관련해 EGR 리콜을 실시한 BMW코리아가 정기적으로 리콜률을 알렸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현재 환경부도, 업체도 모두 입을 닫으면서 누구도 최신 리콜 이행률에 대해 알지 못하게 됐다.

애초 18개월 동안만 진행되기로 했던 리콜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시하고 환경부가 승인한 ‘기간 내 리콜 이행률 85% 충족’이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서다. 조건 미충족으로 1차 리콜은 기한이 18개월에서 30개월로 연장됐고, 2차 리콜 역시 약속한 기한이 지나 추가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불과 7∼8개월 만에 마무리된 리콜이 한국에서는 벌써 27개월째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리콜 이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달 리콜 현황을 조사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외부에 알린다. 리콜률이 낮은 자동차 제조사가 경각심을 스스로 인식, 알아서 눈치 보고 리콜 이행률을 높일 대책을 마련 및 실행하라는 취지다. 디젤게이트 사태가 누구에게 민감한 사건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환경부 말마따나 민감한 사안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현명한 대처로 이 사안을 서둘러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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