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제도 신속히 정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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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고운 김현수 변호사

헌법재판소가 낙태하는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로써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헌법에 합치되도록 개정해야 한다.

낙태죄 위헌논란은 꽤나 오래된 이슈다. 낙태죄가 처음 형법에 규정된 것은 1953년이다. 그 후로 여성인권이 발전함에 따라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2012년에는 낙태죄 규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이 제기되면서 낙태죄의 폐지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렸다. 다만, 당시 헌법재판관 4명이 위헌의견을 냈다는 점(위헌결정이 나오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의견을 내야 한다)에서 다음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런데 2017년에 다시 제기된 낙태죄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의 판단이 이번에 예상대로 뒤집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위헌결정이 아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라고 한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헌법불합치는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결정의 하나로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한다. 이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경우 대부분 입법기한을 같이 정한다. 그래서 이번 결정에서도 국회의 입법기한을 2020년 말까지로 정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입법할 것인가다.

기존 제도 역시 절대적으로 낙태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모자보건법은 기존에도 신체질환, 유전적인 정신장애,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한 경우, 임신의 지속이 산모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배우자의 동의가 있으면 낙태를 허용했다. 하지만 허용범위가 너무 좁았기에 그 범위 외에는 전부 낙태죄 규정에 의하여 범죄가 됐다. 이제 우리는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전보다 적절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정의당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즉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낙태죄 폐지’ 1호 법안이다.

위 법률안 중 형법 개정안은 27장 ‘낙태의 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바꾸고 기존 자기 낙태죄와 의사의 낙태죄를 삭제했으며,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위 법률안 중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중기인 22주까지는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위에서 본 기존 사유 외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시켜 실질적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임신 14주까지는 임부의 요청만으로 다른 조건 없이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위 법률안을 발의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도 3개월 내의 임신중절이 94%를 차지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 기간 내에 임신의 중단과 지속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 시기 행해지는 인공임신중절은 의료적으로도 매우 안전하다"면서 "이번 헌재 결정에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인은 ‘임신 제1삼분기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개정안이 헌재판결의 취지에 부합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헌재 결정의 취지, 각계각층의 의견, 해외 입법례 등을 고려하며 국회와 협조해 관련 법령의 개정 등 후속조치를 준비하겠다’고 설명했으며,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허재영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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