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전문가 제언] 원전과 재생에너지 모두 화석연료 대체 위한 선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07 13:44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3차에너지 기본계획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이 계획의 타당성에 비판도 일고 있다. 재생에너지 증설 중심이고 원전과 석탄은 감축을 확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계획의 2040년 재생에너지 30∼35%는 전기에너지에서의 비중을 말한다. 전기를 제외한 나머지 85%는 여전히 화석에너지다. 탈원전이 진행되면 2040년 원전은 10여기로 전력 비중 8%에 그친다. 석탄발전이 없다면 전력의 80% 이상을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이 담당해야 한다. 이는 달성이 어려우리라 보이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스 비중도 너무 높다. 수정이 필요한 이유다. 불확실성도 5%로 너무 확정적이다. 미국은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5000억에서 1조 킬로와트시(KWh)까지 100%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있다. 수요와 오일 가격 등의 변화를 고려한 6가지 시나리오다. 우리도 이런 시나리오 분석을 바탕으로 한 추정치로 보완돼야 한다.

모든 에너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모두 애초에 저렴해서가 아닌 불가피한 선택으로 시작된 것이다. 원전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미배출이라는 순기능이 있으나 한국은 핵폐기물 대책 부재, 건설·운영상 부실, 고속로·파이로프로세싱 같은 비현실적 사용후핵연료 대책과 고밀도 인구 지역의 밀집 원전이 문제다.

재생에너지는 제조과정을 포함해 석탄의 70%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싸고 전면수입인 천연가스에 의존하며 수명이 짧고, 산지 등 자연마저 훼손시키면 자립, 청정, 나아가 재생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 분산전원 관리에도 돈이 많이 든다. 국민들은 저렴한 에너지를 원하면서도, 종사자나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와 지역적으로 극심한 찬반의견도 국가의 선택과 타협을 어렵게 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도 석탄발전 대체를 위해 출발했고 초기에도 지금도 여전히 저렴한 에너지는 아니다. 정부지원이 필요한 에너지다. 이제 부강해진 중국도 재생에너지와 원전 증설에도 불구, 현재 1000기가와트(GW) 석탄발전에 200기를 추가 건설 중이다. 원전도 재생에너지도 싸지 않음을 증명한다.

한편 원전은 1970년대 오일쇼크에 대항해 원유가격 하락을 위해 집중 건설된 전략적 에너지다. 애초부터 기술도 복잡해 저렴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돈 많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이 주 건설국이었고 중국, 인도 같은 빈국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인도가 2048년까지 600조원 (연간 30조원)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서도 원전을 계속 증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전이 비싸지만 대용량에 에너지밀도가 높고 온실가스는 거의 배출되지 않아 석탄발전보다는 낫다고 보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원전도 재생에너지도 지구 전체에너지 사용량의 각각 5%, 3%(수력 제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만 2000년 대비 10% 감소했다. 그러나 이것은 총 에너지 소비가 그만큼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사실은 원전 비중이 높을 수록 재생에너지 비중은 높고,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 EU 재생에너지 발전량에서 프랑스(17%)가 독일(15%) 과 영국(9%) 보다 오히려 비중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독일 21%, 영국 11.6%, 프랑스 10.7%로 프랑스가 독일의 반밖에 안된다. 독일이 높은 이유는 석탄발전 때문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영국, 일본은 재생에너지를 많이 늘리면서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원전 20% 내외 유지를 지향한다. 유럽연합 주요국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1위인 프랑스도 2035년 이후까지 원전을 50%로 감축하되 그 이후는 유지를 밝히고 있다. 이것이 아직 선진국들 생각이다. 한국은 이들 선진국에 비해 국토면적이나 인구밀도 면에서 원전 비중이 너무 높아 감축은 필요하다. 다만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에 소비량도 증가일로라 무조건적 탈원전이 아니라,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2040년 이후도 상당기간 20%선을 유지하는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리라 본다. 물론 이것은 핵폐기물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에서임도 밝혀둔다. 그러나 지구환경을 위해서도 에너지 선택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오히려 비싸게 치러야 해결이 쉬워진다는 점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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