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민영기업 지분 6.1% 1조1800억 매입
작년 마산그룹 5300억 투자 이어 두번째
민영화 참여·환경 캠페인 등 현지화 노력
▲SK.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SK그룹이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5799억원 규모의 중국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출자를 결의한 SK는 이틀이 지난 16일 베트남 1위 민영기업인 빈그룹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난해 베트남 2위 민영기업인 마산그룹 지분을 인수한 SK는 베트남 1, 2위 민영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베트남 지역사회 속으로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린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1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 달러(한화 약 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제휴를 바탕으로 SK는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사업 투자는 물론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빈그룹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시장 공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시총1위 민영기업으로 부동산 개발(빈홈·빈컴리테일), 유통(빈커머스), 호텔·리조트(빈펄)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총자산 규모가 14배 증가해 올해 1분기 매출액 21조8230억동(한화 약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이 베트남 짜빈성에서 맹그로브 숲 복원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맹그로브 숲 복원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베트남에 사회 문제 해결형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을 위해 애쓰고 있다. ▲박원철 SK동남아투자법인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응웬 비엣 꽝 빈그룹 부회장 겸 CEO(다섯번째)가 16일 베트남 하노이 빈그룹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SK그룹의 이번 베트남 투자는 해외 시장 진출 방법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SK그룹은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해 생산기지 구축 등 국내 사업의 수평적 확장이나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권 확보에 중심을 뒀다. 하지만 최근 SK는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링(Partnering)을 통해 △사업영역 확대 △현지 파트너와의 시너지 강화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춰 SK는 ASEAN(아세안)국가 중 가장 성장률이 높은 베트남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보유한 빈그룹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강점을 적극 활용해 ICT를 접목한 인프라 구축, 국영산업 민영화 흐름에 맞춘 협력사업 모델 개발 등과 같은 폭넓은 논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빈그룹 투자는 지난해 5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차원의 성장 기회 모색을 위해 팜 녓브엉 빈그룹 회장과 만나 협의를 시작한 후 1년여 만에 성사됐다. SK그룹은 지난해 8월 그룹의 주요 경영전략인 ‘따로 또 같이’ 차원에서 SK(주)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들이 참여, 동남아 투자 플랫폼인 SK동남아투자법인(SK South East Asia Investment)을 설립하고 베트남 시총 2위 민영기업인 마산그룹 지분 9.5%를 약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에 매입해 베트남 진출의 시동을 걸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그동안 SK 관계사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해 폭넓은 활동을 이어왔다. 2017년 11월 응웬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첫 면담을 갖고 베트남의 미래 성장 전략과 연계한 상호 협력의 물꼬를 튼 이후 지난해 11월에도 베트남을 찾아 응웬 총리와 함께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환경문제 해결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SK그룹은 베트남 1, 2위 민영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베트남 지역사회 아젠다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도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1회 하노이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환경보존에 더 적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경제적가치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 등과 같은 사회적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이번 계약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최고 역량을 가진 빈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