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요 산업활동 지표 반등에도...기재부 "실물지표 부진" 진단
文 "재정의 과감한 역할" 강조...전문가들 "경기부양 효과 글쎄"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가 당장은 체감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2019년 5월 14일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1분기 우리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2019년 5월 17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
문재인 정부가 생산, 투자, 소비, 고용지표 등 각종 경제지표 부진에도 낙관론만 펼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한국 경제의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하다고 진단했지만, 청와대는 긍정적인 모습만 부각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정부가 국민들이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할 수 있도록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확장적 재정'이 한국 경제의 활력도를 높이는 '특효약'이 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 文, "우리 경제 성공" VS 기재부 "하방리스크 확대"
기획재정부가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는 한국 경제에 대해 정부의 시각 차이가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재부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1분기 우리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 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3월호 그린북에서 생산, 투자, 소비 등 산업 활동지표가 개선되며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4월호에 이어 5월호에서도 한국 경제의 부진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3월 생산의 경우 전월 대비 광공업(1.4%), 서비스업(0.2%), 건설업(8.9%)이 모두 늘어 전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1% 증가했다. 그럼에도 기재부가 부진하다고 평가했던 것은 3월 주요 산업활동 지표가 2월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데 따른 반등이었기 때문이다. 즉 2월 대비 기저효과로 인해 지표가 모두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숫자상 지표는 좋아보일지 몰라도 미중 무역갈등, 글로벌 경제둔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안심하지 말고 '바짝' 긴장하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기재부의 진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2019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힌 것과도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서 "우리 경제는 장기불황의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문 대통령에게 성공의 기준은 대체 무엇이며, 대통령의 눈에는 우리 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이 왜 보이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단기 성과가 아닌 '거시경제'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기재부의 진단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으로 어렵다고 말하면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을 거고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정부의 현 진단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의 '낙관론'에만 집중하지 않고 현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 답답한 韓 경제, '재정확대' 승부수...전문가들 평가는 엇갈려
▲(사진=연합) |
문 대통령이 전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극적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바로 한국 경제의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 중의 하나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중점을 뒀지만 지금 상황은 저성장,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하다"며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하위20%)의 소득개선, 일자리 창출, 미세먼지 저감 투자, 혁신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고, 소득 1분위를 겨냥한 맞춤형 지원책도 적극 가동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하위20%)의 소득개선, 일자리 창출, 미세먼지 저감 투자, 혁신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고, 소득 1분위를 겨냥한 맞춤형 지원책도 적극 가동할 방침이다.
중기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2022년 연평균 중기 재정지출 증가율은 7.3%로 2017∼2021년 계획 5.8%보다 1.5%포인트나 상향조정됐다.
아울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부처별로 불합리하게 지속하는 사업을 원점에서 꼼꼼하게 살피는 등 과감한 지출구조조정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내용과도 궤를 같이 한다. IMF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9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한국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기적으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경기 활성화를 위한 상당한 재정적 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재정지축이 긴축적이었던 만큼 성장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추세적인 하락에 접어든 만큼 확장 재정정책을 반복 시행하면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일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에 따르면 2020∼2029년 '총요소생산성' 성장기여도가 0.7%포인트에 그친다고 가정했을 때 이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로 추산됐다.
같은 가정 하에 2020년대 1인당 경제성장률 역시 연평균 1.6%에 머무를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경우 2020년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4%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원을 제외하고 기술, 제도, 자원배분 등 생산에 영향이 미치는 나머지 요소를 모은 것으로, 경제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꼽힌다.
즉 우리나라 경제가 일시적으로 안 좋은 것이라면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이미 경제 활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돈만 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방'을 내리는 등 정부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