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號' 출범 1년…'패기 무장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20 15:23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 소박하고 차분하게 치러
SK와 소송전·삼성과 공개적 신경전 등 분위기 변화
"구광모 대표 체제 젊고 역동적…추진력 세졌다" 평가

▲구광모 LG 대표와 부회장단이 20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고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화담’ 구본무 회장을 떠나보낸 지 1년을 맞이하는 LG그룹이 ‘구광모 체제’로 들어서면서 추진력과 전투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는 고 구본무 회장의 1주기 추모식을 20일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가졌다. 이날 추모식은 구본무 회장의 약력 소개를 시작으로 추모영상 상영, 구광모 LG 대표를 비롯한 사장단의 헌화와 묵념으로 이어졌다.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소박하게 치렀던 것처럼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멀리하고 소탈하게 살아온 고인을 기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 

추모영상은 1995년 2월 그룹회장 취임식 장면으로 시작돼 20여년 이상 연구개발 투자로 개척한 이차전지 사업과 OLED TV 등 디스플레이 사업을 키워낸 끈기와 집념의 리더십,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 최초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선진적 지배구조 구축, 글로벌 LG를 꿈꾸며 생전 마지막까지 공사현장을 수시로 찾았던 의미 있는 발자취가 담겼다.

이날 추모식 분위기와는 달리 ‘구광모호’의 LG는 과거 온화하고 신중한 의사결정 분위기를 탈피해 전투력으로 무장했다. 최근 주력 계열사들이 잇따라 공격적인 결정과 발언을 쏟아낸 데 따른 것이다.

▲고 구본무 LG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20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렸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와 관련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또 LG전자는 지난 14일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개최한 기술설명회에서 "경쟁사의 QLED TV에 해당하는 제품은 과거 SUHD TV에서 이름만 바꾼 것이다. 판매량은 2016년과 거의 같다"고 평가절하하며 삼성전자의 QLED TV를 겨냥해 신경전을 벌였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영입한 LG화학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 2개월 만에 SK를 상대로 국제소송전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그룹 차원의 결정일 것"이라면서 "과거 구본무 회장 시절 LG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주로 인내하거나 대화로 풀었다. LG가 SK그룹을 상대로 이런 대규모 소송전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LG의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TV·가전 업계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신경전을 벌인 것은 오래됐다"면서도 "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해 발언을 하고, SK와는 소송전까지 벌이는 것은 LG 직원들의 정신무장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LG전자는 스마트폰 국내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LG유플러스는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 관계자는 "고 구본무 회장의 1주기 추모식은 고인을 추억하며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하면서 차분하게 치렀다"면서 "최근 LG그룹 분위기는 젊고 활발하다.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아닌 쌍방향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최근 새롭게 영입한 전문경영인들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김민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