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GI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한다...조원태 회장과 본격 맞대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21 11:26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사모투자’ 15일 등기 완료
15% 확보땐 투자자 윤곽 드러나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연합)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사모투자 합자회사 등기부등록을 완료하고 한진그룹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으로 늘려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내년 3월 주총에서 승기를 잡는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KCGI, 15일 사모투자 5호 설립 완료...조원태 '정조준'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15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사모투자’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KCGI가 지난 15일 법원에 사모펀드 등록을 완료했다.(자료=법원 홈페이지)


그간 한진칼 지배구조를 보면 새롭게 설립한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사모투자는 한진칼 2대 주주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특별관계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만든 KCGI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KCGI는 현재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4.98%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4월 24일 공시에서 △ 케이씨지아이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 △ 주식회사 케이씨지아이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2사모투자 합자회사 △ 유한회사 엠마홀딩스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3 사모투자합자회사 △ 유한회사 디니즈홀딩스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4 사모투자합자회사 △ 유한회사 캐롤라인홀딩스 등 총 8곳을 특별관계자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유한회사 디니즈홀딩스와 캐롤라인홀딩스의 자금출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니즈홀딩스는 3월 26일부터 4월 19일까지 총 148억9642만원을 투자해 한진칼 지분 54만9810주를 매입했고, 캐롤라인홀딩스는 지난달 18일과 19일에 걸쳐 총 81억9766만원을 투입해 21만6107주를 사들였다. 이 두 회사는 케이씨지아이제1호의3사모투자합자회사, 케이씨지아이제1호의4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출자금을 통해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즉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보면 법원에 등록된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사모투자’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KCGI가 세운 그레이스홀딩스의 9번째 특별관계자인 셈이다.

KCGI가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지분을 늘린 시점도 눈길을 끈다. 이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원태 한진칼 회장을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날이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대신해 조원태 한진칼 회장을 동일인으로 직권지정했다. 한진이 동일인을 누구로 세울지 제때 정하지 못하면서 공정위가 조 회장을 차기 총수로 정한 것이다. 결국 KCGI가 15일에 사모펀드를 설립한 것은 새롭게 한진그룹 총수가 된 조원태 회장과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겠다는 ‘사전 예고’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지분을 14.98%로 늘렸다고 발표한 지난달 24일 역시 한진칼이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한 날과 같다. 즉 KCGI는 조원태 회장을 정조준하며 내년 3월 주총에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에 만료되는데, 아직까지 오너일가에 우호지분이 얼마 정도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만큼 KCGI 입장에서는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고 조양호 회장(17.84%), 조원태 회장(2.34%)을 비롯한 한진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5%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라는 건 돈을 받는 순간부터 수익률을 계산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KCGI가 별 다른 투자 대상 없이 돈만 받아서 펀드 등록을 완료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즉 이번 등기부등록은 한진칼이나 한진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KCGI가 얼마를 투입해 한진칼 지분을 어디까지 늘릴지는 알 수 없다. KCGI는 과거에도 등기 설립부터 마친 이후 추가 자금을 모아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KCGI는 ‘케이씨지아이제1호의4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3월 26일 등록했는데, 실제 지분 매입을 완료한 시점은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4월 24일이었다. KCGI 소식에 정통한 내부 관계자는 "일단 10억~20억만 갖고 펀딩을 등록한 다음에 추가로 자금을 모집해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며 "KCGI는 과거에도 그러한 방법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 KCGI 자금 출처 밝혀질까...공정위 기업결합심사 관문

KCGI가 지분을 15%대까지 늘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공정위는 보유지분을 15%까지 늘리는 기업에 대해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한다.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KCGI의 자금 출처가 드러날 수 있다. 즉 그간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어디서 자금을 모집했는지 한진그룹 일가에 ‘패’를 다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두 회사 가운데 어느 한쪽이든 자산이나 매출액 규모가 3000억원, 300억원을 넘고 주식 취득, 합병, 영업양수 등 5가지 요건을 갖추게 되면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한다"며 "사모투자펀드는 GP의 지배를 받는데, 이 GP가 다른 PEF를 통해 인수하는 기업의 경쟁사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세부 요건은 봐야겠지만 독과점 문제를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도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한다"며 "다만 계열사를 포함해 자산총액, 매출액 2조원이 넘는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지분 취득 전 미리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하고, 공정위로부터 회신을 받기 전까지는 취득 행위를 완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즉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기 위해서는 취득 전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실제 등기설립일과 지분 매입 완료 시점까지는 상당한 공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증권가, 한진칼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 '글쎄'...'엑시트' 시점은

▲최근 3개월간 한진칼 주가 추이.


문제는 한진칼의 주가가 연초 이후 이미 40% 이상 급등한 만큼 앞으로 추가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한진칼 주가가 △ KCGI의 지분 매입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 기대감 △ 조 회장 사망으로 인한 상속 이슈 △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로 인한 1등 국적항공사의 가치 부각 등으로 과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를 때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진칼 주가가 추가로 오르지 않으면 KCGI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점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생각보다 KCGI의 지분이 너무 많아졌다"며 "이미 한진칼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언제 지분을 매입해 투자금을 회수할 지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칼 측은 "내부적으로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따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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