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금감원 내달 11일까지 의견수렴 발표에 금융위 예산심사 도중 ‘당황’
사법권 오남용 우려 주장하지만 "결국 밥그릇 싸움이다" 비난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기습펀치를 제대로 맞았다.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 설치를 놓고 두 기관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조직명칭과 직무범위 등을 담은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을 예고없이 공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는 그동안 사법경찰권 오남용 등을 이유로 금감원의 특사경 추진에 대해 연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특사경 출범 취지를 잊고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일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을 마련하고 다음달 11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집무규칙은 특사경의 직무범위와 조직, 수사업무 운영, 수사절차 등을 담고 있다. 특사경의 공식 명칭은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범죄에 대해 수사한다. 특사경은 원승연 금감원 자본시장담당 부원장 직속으로 설치, 운영된다. 수사단장은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로 지명된 부서장을 수사단장으로 정해 수사단의 업무를 총괄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관계 기관과의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 수사단 소속 특사경을 검찰청 등에 파견할 수 있다. 

특사경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에 관해 혐의가 있다고 인식한 때에 범인, 범죄사실,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한다. 수사 중 직무범위에 속하지 않는 범죄나 이에 대한 증거자료를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검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특사경은 법령에 의해 정해진 관할 구역 안에서 직무를 행하되 구역 밖에서 수사할 때는 수사를 행하는 지역을 관할하는 검찰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자료=금감원)


아울러 특사경은 영장 없이 긴급체포나 구속영장 신청도 가능하다. 영장에 의한 체포, 긴급체포, 현행범으로 체포한 피의자에 대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형사소송법 각 호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는 경우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이렇듯 금감원이 예고 없이 특사경 집무규칙을 내놓은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특사경 출범을 차일피일 미루던 금융위에 도전장을 내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금융위가 특사경 예산안을 심사 중인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집무규칙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사경은 통상 특수분야의 범죄에 한해 행정공무원 등에게 경찰과 동일한 수사권을 부여해 조사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위는 그간 공무원이 아닌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지명하면 사법경찰권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사경은 당초 4월 중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금융위가 예산안, 인력 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뤄졌다. 

실제 금융위는 금감원의 특사경 입법 예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 측은 "이미 금감원과 직무범위를 한정하기로 합의했는데, 정작 금감원이 발표한 내용에는 일반특사경처럼 자체적으로 인지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며 "자본시장 범죄수사단이라는 명칭도 함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공적조직이기 때문에 범죄수사단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특사경을 출범하기로 확정한 마당에 금융위가 어깃장을 놓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사경의 본래 목적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인 만큼 이를 단순 금감원 견제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실무자들도 특사경을 추진하는데 여러 가지로 애를 먹는 걸로 알고 있다"며 "사법권 남용은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부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자본시장 관계자는 "대의적인 명분을 잊고 자신들의 권한 축소만을 우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본시장을 총괄하는 금융위가 금감원을 견제해야할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사경은 다음달 중으로 가동될 예정이나 규정 개정, 예산안 등 세부사안이 확정되지 않아 일정상 여유가 없는 상태다. 금감원은 직원 10명이 특사경으로 빠지면 기존 업무를 처리하는데 공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증원해달라고 금융위에 요구했지만, 금융위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건전한 경쟁은 어느정도 필요하나, 실제로 보면 의미없는 밥그릇 싸움이 더 많다"며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두 시어머니인 금융위와 금감원이 합의를 이루지 않고 일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게 되면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고 밝혔다.

사실 두 기관이 갈등을 빚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두 기관은 그간 끊이질 않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금감원의 올해 예산안을 2년 연속 삭감하면서 두 기관의 갈등이 정점을 찍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안건이나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제재 건도 두 기관이 신경전을 벌인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듯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집중 조명을 받자 최근에는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굳이 서로를 자극하며 안좋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특사경 이슈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자극하지 말자는 인식이 퍼졌다"며 "두 기관장이 업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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