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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임단협 최종 합의를 눈앞에서 날려버린 이후 노사가 대립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노조는 목소리를 높이며 지명파업, 천막 농성 등을 예고하고 있다. 사측은 공장 경쟁력 유지를 위해 ‘가동 중단’ 등 강수를 두며 ‘강대강 대치’로 맞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회사 노사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할 경우 내부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이달 24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프리미엄 휴가’를 단행한다. 재고 물량 관리, 공장 효율성 유지 등을 위해 강제로 공장 문을 닫는 것이다. 이미지난 24일 하루 부산공장은 ‘셧다운’에 돌입했다. 프리미엄 휴가는 법정휴가 외 부여하는 복지 휴가다. 사측에서 필요에 따라 실시할 수 있다.
사측은 노사분규가 한창이던 지난달 29일과 30일에도 생산량 조절을 위한 프리미엄 휴가를 실시한 바 있다.
노조는 이에 따라 조합원들에게 쟁의지침을 전달했다. 27일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34명을 지정해 ‘지명파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지명파업은 일부 인력만 쟁의행위를 펼치는 것으로 공장 가동에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친다.
전면 파업에 대한 여지도 남았다. 노조는 임단협 찬반투표 부결 이후 수차례 ‘전면파업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기본급 인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집행부가 전면 파업을 계속해서 실시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는 셈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긴급 대의원회의를 거쳐 23일 사측에 이른 시일 내 다시 대화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노조는 날짜와 시간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임단협 타결을 위한 재협상안을 마련하는 대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벌였으나 난항을 겪어왔다. 11개월 만인 지난 16일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다만 이 잠정합의안은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1.8%의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동결 △보상금으로 100만 원 지급 △중식대 보조금을 3만 5000원 인상 △성과급 총 976만 원 등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공장이 가동률이 곤두박질쳤다는 점은 양측 모두에 부담이다. 르노삼성의 올해 1~4월 판매 실적은 5만 2930대로 전년 동기(8만 7996대) 대비 39.8% 급감했다. 지난달의 경우 판매(3만 118대)가 작년 4월(6만 1538대) 보다 50% 이상 빠지며 불안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는 전략 차종 ‘닛산 로그’ 생산량을 지난해 10만대에서 올해 6만대로 낮췄다. 노사 분규로 생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르노삼성에 구조조정 열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62차례에 걸쳐 250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누적 손실액은 3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르노삼성은 앞서 지난 2012년께 희망퇴직을 통해 전직원의 15%에 달하는 800여명을 회사에서 떠나보낸 바 있다. 르노 본사로부터 닛산 로그 물량을 받으며 기사회생했지만,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한다면 당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