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주년 | 특별인터뷰]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에너지전환은 패러다임 바꾸는 것...탈원전 소모적 논쟁 안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27 09:38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이 에너지경제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특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전기요금의 조정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장기적으로 국내 에너지 가격 시스템의 정상화 및 합리화가 필요하다" 또 "누구나 전력을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질 때 재생에너지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전기요금과 관련해 원가의 변동률에 따른 가격변동이 필요하고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들의 수용성 및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특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며 "에너지 전환정책이 탈원전의 프레임으로 정치 쟁점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또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밝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목표 30∼35% 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제도적 기반이 바탕이 되고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질 때 그 목표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과 본지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다. 


- 조 원장님의 가장 큰 역할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성공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논란이 많다. 에너지 전환이 꼭 필요한지, 현재 방향은 맞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취임 10개월 동안의 느낌과 기여도를 평가해달라. 

"에너지전환은 우리나라 에너지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동안 국내의 에너지전환은 공급 측면에서만 논의가 진행돼 왔다. 세계적으로 볼 때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수요, 공급, 에너지 시장과 제도 등 전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전반을 아우르는 전환이 돼야 한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시스템’을 지향하는 세계적 에너지전환의 흐름을 볼 때에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다만 에너지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이행수단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선제적인 연구를 통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취임과 동시에 탈원전 정책에 대해 여론이 양분돼 충돌하고 있다. 에경연 원장으로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달라.

"최근 후쿠시마 사고 8주년이 됐으나 후유증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포항 지진 등으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여전히 높다. 궁극적으로 원전 의존에 대한 탈피는 우리 사회가 장기간에 걸쳐 추구해야 하는 당위적 가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정책이 탈원전의 프레임으로 정치 쟁점화되면서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이 에너지경제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특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전기요금 인상여부가 국민적 관심사다. 어떻게 보시는가. 

"올해 1분기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연료가격 상승으로 발전구입비용이 크게 증가한 이유가 가장 크다. 1분기에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은 14조 8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13조 9216억 원보다 9743억 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전력 판매수입은 14조 87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5조 1612억원보다 2892억원이 감소했다. 판매수입이 감소한 것은 1분기 전력판매량이 전년보다 1.4% 감소했기 때문이다. 즉, 판매수입이 감소한 반면 전력구입비용이 크게 증가해 한전의 적자로 이어졌다. 

전력구입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은 발전연료가격 상승으로 인한 것이다. 한전의 통계를 보면 1분기 유연탄발전 구입단가는 99.09원/kWh로 전년 동기에 비해 6.4% 올랐고 LNG복합의 구입단가는 143.46원/kWh로 15%나 상승했다. 구입단가를 월별로 보면 1월이 가장 높았고 점차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1분기 한전의 적자가 확대됐다고 바로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원전의 가동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전력구입단가가 더 하락한다면 앞으로 한전의 재무상황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연말이면 답이 나올 문제이다. 전기요금 조정은 전력시장 여건이 어떻게 변하는 지 조금 더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내용을 놓고 관심이 뜨겁다. 핵심과 방향 등을 어떻게 보시는가.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에너지전환 정책의 중·장기 방향을 종합해 제시돼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의 확대나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에너지전환이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제고’를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의 종합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향에 충실한 이행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정부가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부정적인 여론도 많다. 달성 가능성과 문제점을 어떻게 보시는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설정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에너지 계획의 장기비전으로서의 의욕성을 담되 현실적 실현가능성을 고려한 합리적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잠재적 달성 가능성은 충분하다. 30%∼35%는 OECD 평균 수준(28.6%)을 고려해 나온 국내보급 목표 수치로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과 수용성이다. 재생에너지가 안착하려면  전력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누구나 전기 판매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빠르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느냐에 따른 문제이다"


- 신재생에너지에서 불거지는 문제점의 개선방향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과 수용성이 문제다. 규모의 경제로 따질 때 대규모로 끌고 갈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초반에 보조금 지급 때문에 투기 등 의 접근방법이 잘못됐다. 지역에서는 왜 외부인이 이익을 다 가져가느냐는 불만이 생긴다. 규모가 우리 기대에 못 미칠 때 동북아슈퍼그리드 등으로 보완하며 다양한 옵션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 스스로 전기 생산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니태양광 등이 좋은 예다. 프로슈머와 가상발전소 개념이 같이 들어가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 융·복합된 기술로 등장한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현재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해 보완이 필요하다. 경제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의 획기적인 진보도 필요하다. 낮에 생산한 양으로 하루를 쓸 수 있는 수준은 되야 한다"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에너지정책의 구체적인 계획과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건은 무엇인가. 모델로 삼아야 할 국가는 어디인가.

"에너지 정책적 차원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이행 추진의 정당성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CO2-free) 친환경 수소 공급 확대에 달려있다.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에너지 정책적 측면보다 현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인 첨단산업 육성정책에 무게 중심이 있다. 그만큼 수소경제의 경제적인 가치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정부는 또한 수소 활용을 통한 에너지 소비의 탈탄소화로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적 가치에도 정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환경적 측면에서 연료전지 기반 수소활용 산업의 초기 시장창출과 육성을 위해 단기적이면서도 한시적으로 천연가스 추출방식의 수소생산·공급 확대를 추진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친환경 CO2-free 수소 공급 확대를 추진, 달성하겠다는 게 정부가 강조해온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다. 

현재 수소경제 이행에 가장 선도적인 국가는 이웃인 일본으로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자립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 구축을 위해 수소경제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전력 공급의 30%를 차지하던 원전 재가동이 늦어짐에 따라 대체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수소연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2040년부터는 전체 수소를 친환경 CO2-free 수소로 공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해외수입을 통한 수소 제조, 운송, 저장을 포함한 수소 공급망을 본격적으로 도입, 호주나 브루나이 등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해 액화 후 일본으로 운송하는 전략을 세웠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이 에너지경제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특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 올해 유가의 방향은 미국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OPEC의 행보가 중요할 것이다. 이란을 제재하면서도 국제유가를 떨어뜨리려는 미국과 올리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국제유가에 대해 OPEC과 미국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OPEC은 재정확보를 위해 고유가를 선호하고 미국은 국내경제영향과 트럼프 재선을 앞두고 저유가를 선호한다.

현재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변수는 미 재제에 따른 이란 원유수출 하락의 영향,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석유수요의 영향, OPEC과 러시아 등(이른바 OPEC+)의 감산정책이다. 특히 OPEC은 이란제재에 따른 수출 규모 축소 추이와 미중 무역협상 전개 추이에 맞춰 유동적, 점진적으로 감산완화(증산)를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 OPEC 리더국인 사우디는 고유가를 선호하지만 미국의 증산 요청을 거부하기에는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 더욱이 OPEC+ 내부에서도 러시아 등은 석유시장 점유율 방어를 이유로 자국 인사들의 증산요구 목소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란 원유수출량 축소가 기대보다 적거나 미중 무역협상이 더욱 지연될 경우, 섣부른 증산량 결정은 국제유가 하락을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OPEC은 감산수준을 완화하되 완화폭을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공급이 타이트해질 경우 추가적인 완화(증산)를 추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역할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 출연금 예산비중을 현재보다 절반이상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 외부에서는 정부로부터 모든 예산을 받는 연구기관으로 생각을 한다. 실상은 1/3만 지원받기 때문에 그 외 우리가 필요한 돈은 외부로부터 수탁과제를 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적 안정성이 있어야 흔들림이 없는데 유독 에경연은 다른 정부출연기관에 비해 퍼센트가 매우 낮다는 남다른 고충이 있다. 또 하나는 경상비가 낮아 외부의존성이 높아지게 된다. 연구원이 울산으로 내려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외부에서 받는 게 줄어드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대담=에너지경제신문 배병만 에너지부장(국장) / 정리=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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