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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에서 열린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 토론회에서 폐쇄적이고 기형적인 전력시장 구조가 에너지원별 갈등을 부추기고,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사진=에너지경제]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가 말로는 에너지전환을 하겠다고 하지만, 전기요금, 전력시장구조를 그대로 놔두는 걸 보면 문제를 해결할 역량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28일 국회에서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 해법은 없나’ 토론회를 주최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김삼화 의원은 이같이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재 전력산업은 총체적 난국에 놓여 있다"며 "한전이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올 1분기에는 역대 최대인 62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공기업들, 지역난방공사 등 많은 집단에너지사업자들과 민간발전사들의 적자도 수년째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는 계속해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전기요금을 손보지 않은 채 오히려 원전과 석탄화력의 가동중단으로 올라가는 전력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과 시장, 요금체계는 과거 그대로인데 대통령 공약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전력산업 전체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의 경직성과 폐쇄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십 년 동안 안정성을 지켜주던 위계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새로운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수의 전문가 집단은 타워 위에 앉아 알아서 전력을 생산하고 전달하고 절대다수의 소비자는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면 될 뿐이었다"며 "이같은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서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산업 발전 등을 고려해 충분한 에너지원이 적절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총괄 책임의 역할을 맡아왔고, 수직통합 구조인 한국전력은 그 계획에 맞추어 발전, 송배전 설비를 구축해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전력산업 구조는 어쩌면 역사상 최초로 그 틀을 뒤흔드는 변화의 과정 중에 놓여 있다. 수동적인 역할에 한정됐던 소비자가 전력산업을 주도하는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이 같은 변화는 100년이 넘는 전력산업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다양한 참여자의 등장으로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급변하는’ 새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서,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가 시작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위계의 붕괴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서는 변화를 거부하는 오래된 관습과 문화를 스스로 파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시장 메커니즘을 둘러싼 법적 갈등과 대안의 모색’을 주제로 발표한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시장원리를 도외시 한 정부의 안이한 임기응변식 전력시장 규제로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 문제, 변동비 산정과 용량요금, 전력수급기본계획, 발전용 LNG 도입 경쟁 확대의 영향 등 전력 도매시장 전반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전력시장 규제는 급변한 외부환경과 달리 진입 때부터 전력수급계획으로 정부 통제 아래 놓여 소매시장까지 한전의 실질적 독점 속에 전기요금도 정부가 인가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는 전력시장운영규칙이란 만능규제로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장을 가장한 수직통합규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규제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법적 갈등의 본질은 규제의 악순환, 즉 시장원리를 도외시하고 사업자 희생을 당연시한 결과"라면서 "진입규제와 가격규제를 놓아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전력수급계획과 발전사업허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전력시장운영규칙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폐쇄적이고 기형적인 전력시장 구조가 에너지원별 갈등을 부추기고,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본부장은 "전력시장은 오랜시간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얽혀 있었지만 그걸 해결할 역량이 없어 계속 누더기로 만들다가 결국 손을 댈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며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어렵다. 1~2년이 걸리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근본적 변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입규제와 가격규제 두 가지만 해결해도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논리로 해결돼야 할 전력시장이 법에 의해 갈등을 해결하게 될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장현국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과거 전기요금 이슈는 회계와 경제학의 영역이었는데, 요즘엔 법률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행정부가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규제가 복잡해졌고, 요금규제 역시 더 이상 결정 못하는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이제 회계법인보다 법무법인이 일할 때가 된 듯하다. 시장의 문제를 다양한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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