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금통위 기준금리 연 1.75% 동결…3년만에 등장한 인하 소수의견에 촉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 |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것을 두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수의견은 소수의견일 뿐"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31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것을 두고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로 동결했는데, 조동철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금리인하 의견을 내며 기존의 만장일치 동결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2016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조 금통위원은 앞서 한은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중장기적인 물가안정은 통화당국 이외에 감당할 수 있는 정책당국이 없다"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시장에서는 이달 조 위원이 소수의견을 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통위가 열린 후 "4월 통화정책방향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문구가 삭제된 뒤 이달 회의에서는 1명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왔다"며 "2016년 2월 하성근 위원이 처음으로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발표한 후 6월 금리인하를 단행한 전례를 감안하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올해 4분기께인 10월이나 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현재 경제상황을 보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차후 소수의견 수가 많아지면서 4분기께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 연구원은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목적을 보면 경기부양에 어느 정도 사용은 하나, 포항 지진, 강원도 산불 지원 등에 사용하는 게 많아 부양 효과를 크게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정부 지출과 소비, 투자, 수출이 중요한데, 정부 지출과 수출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통화정책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과거 소수의견 개진 수 1~4개월 후에 금리 인하가 단행됐다"며 연내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와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며 "한은이 주시하고 있는 거시경제흐름과 금융안정상황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4분기께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주열 총재는 이날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기상황이)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며 "1분기 성장률은 부진했지만 앞으로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의 정도가 완화될 것이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하 소수의견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총재는 "(조 위원의 금리인하 의견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이라고 여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소수의견은 그야말로 소수의견이다. 현재 다수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일축했다. 그는 낮은 물가 성장세를 두고도 "공급 요인, 정부 복지정책 영향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하반기로 가면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을 지켜보고, 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가계 부채를 포함한 금융안정 상황에 유의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