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멕시코에도 갑작스럽게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면서 글로벌 경제에 비상에 걸렸다. 뉴욕 금융시장은 얼어붙었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 "이민 문제 해결 못하면 멕시코 관세 인상"
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멕시코는 수십 년간 미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벌었다"라며 "6월 10일부터 멕시코를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이 중단될 때까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불법 이민 문제가 고쳐질 때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악관 성명에서 이민 ‘위기’가 계속되면 7월 1일부터 관세를 10%로 올리고,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수를 극적으로 줄이거나 없애는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8월 1일부터 15%, 9월 1일부터 20%, 10월 1일부터 25%로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멕시코가 1년 안에 양국 간 국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고 멕시코산 제품 전체에 대한 관세를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멕시코는 유럽연합(EU), 중국과 함께 미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로, 토마토 등 농산물부터 자동차, 카펫까지 다양한 상품을 수출한다. 전체 수출 중 미국으로 향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현재 멕시코 측은 "강압적인 조치"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를 대화로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글로벌 악재에 기아차,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발등의 불’
미국의 이 같은 관세 조치로 인해 세계 경제는 극심하게 요동치는 분위기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뉴욕 금융시장은 얼어붙었고, 유가는 폭락한 반면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은 부각됐다.
특히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이 수출입은행 통계 등을 토대로 추산한 멕시코 현지 진출 기업은 작년 기준으로 400여 곳에 달한다.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우리 기업은 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대로 관세부과를 강행하면 이들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예민한 곳은 멕시코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한 기아차다. 기아차는 중남미 시장 공략과 대미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지난 2016년 5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당시 현대 모비스 등 부품 협력사 10여 곳도 멕시코에 동반 진출했다. 기아차 멕시코는 지난해에 29만4600대를 생산해 약 48%에 해당하는 14만1800여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은 작년 처음으로 미국 공장 생산량(23만9700대)을 앞질렀다.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등 2곳에 냉장고와 TV 생산공장이 있는 삼성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를 예상하기가 불투명하고 혼란스럽지만 차분하게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멕시코 멕시칼리와 레이노사 등지에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LG전자도 당분간 사태를 예의주시하자는 입장이다.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공장 4곳을 운영하며 내수판매에 주력하는 포스코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작지만, 대미 수출 관세가 올라간다면 가장 큰 수요처인 멕시코 자동차 업황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판매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