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美, 중국산 제품에 25%추가 관세 부과 방안 검토
中, 보복조치로 전면전 확전시 글로벌 GDP 0.7%↓
골드만, "무역분쟁 격화시 美성장 타격 줄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전쟁이 본격적인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자 외국 투자은행들의 비판적인 시각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 추세로 무역전쟁을 확대할 경우 9개월 안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무역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시각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무려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 미국은 추가로 남은 3250억달러어치 중국산에 대해서도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역시 지난 1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600억달러어치에 대해 관세율을 기존 5~10%에서 최대 25%로 올렸고, 미국으로부터의 대두 수입도 사실상 중단하는 등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체탄 아히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남은 중국산 수입품(3250억달러 상당)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보복할 경우 3분기(9개월) 내에 경기침체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무역전쟁이 길어질 것으로는 보고 있지만, 글로벌 거시전망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간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글로벌 경기 침체 전망이 불필요한 우려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무역전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중국 수출품 전체에 25%관세부과시...2021년 글로벌 GDP 0.7% 감소


중국에 대한 강한 관세 부과 배경에는 미국 경제가 고용과 임금 상승이 뒷받침되고 있어 내수가 탄탄하단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모나 마하장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소비자 심리가 계속 개선되고 있어 미중마찰의 역풍에 대한 상당한 내성이 있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사진=연합)


그럼에도 모건스탠리는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 때문에 기업의 비용 증가,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세 둔화, 기업들의 자본지출 감소가 뒤따르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이 저해된다는 견해를 제기했다. 특히 투자자들이 글로벌 수요를 억누를 수 있는 자본지출의 감소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지출은 기업들이 건물이나 공장, 기술, 장비와 같은 자산을 획득, 개선, 유지하는 데 쓰는 돈을 의미한다.

지금껏 제기된 다른 국제기구와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도 모건스탠리의 전망을 뒷받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대 수출품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할 때 2021년까지 글로벌 GDP가 0.7%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양국이 전 제품에 25% 관세를 주고받는 전면전이 실현될 때 2021년까지 세계 GDP가 미실현 때보다 6천억달러(714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장벽에 따라 교역량이 감소하고 주식시장이 흔들리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돼 글로벌 경제가 복합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미중 무역갈등이 교착상태에 접어든 지난달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S&P500지수는 5월 한달 간 6.6% 떨어졌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같은 기간 6.7%, 나스닥지수는 7.9% 떨어졌다. 이들 3대 지수가 월간 기준으로 하향세를 보인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특히 다우지수는 6주 연속 내림세를 보여 8년 만에 가장 하락 기간이 길었다. 중국과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한 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8%,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4% 떨어졌다.

세계 제조업의 경기 둔화도 뚜렷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3일 발표한 5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전달 대비 0.6 포인트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50.5로 전달 보다 2.1 포인트로, 이는 6년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중국과 아시아도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48.4, 일본은 49.8로 모두 50을 밑돌은 것으로 나온 가운데 중국 정부의 5월 공식 제조업 PMI는 전달의 50.1보다 크게 떨어진 49.4로 나타났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의 징후로 해석한다. 크리스 윌리엄슨 IHS마킷 주임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에 대한 불안으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둔화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아히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의 부정적 효과가 더 뚜렷해졌다며 정책적 처방을 내놓는 게 이미 뒤늦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이 무역전쟁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런 조치들이 실효를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글로벌 경제 하강 기류는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美, 중국에 이어 멕시코에‘관세 폭탄’...무역전쟁 확전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5%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포하자 주식시장은 더욱 차갑게 반응 하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이날 각각 전일대비 5.5%, 3.56% 급락했다. 특히 WTI는 지난 주 8.7% 폭락했고, 5월 월간으로는 1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최근 멕시코까지 번진 무역전쟁을 이슈를 반영해 미국의 이번 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이 중국, 멕시코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무역분쟁의 리스크를 지적하며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에서 1.1%로 깎아내렸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가 3.1%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각한 둔화 전망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골드만삭스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무역전쟁의 규모와 범위가 지난주에 더 커졌다는 점을 고려해 물가상승, 경제성장 전망치를 수정하고 연준 금리변동 확률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을 억누르는 리스크 탓에 우리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주관적 확률을 급격히 높였다"며 "상황이 아슬아슬하지만 금리인하를 기본예측으로 삼을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사진=연합)


이에 더해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확전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이 추가로 중국 수입품 3천억 달러어치에 신규 10%의 관세를 부과할 확률은 기존 40%에서 60%로 높아졌다"며 "미국이 새로 시작한 멕시코와의 관세전쟁에서 최초 5%의 관세를 부과할 확률이 70%이고, 해당 세율이 10%로 인상될 확률도 50%가 된다"고 추정했다. 동시에 미국이 연내로 자동차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확률도 기존 25%에서 40%로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중국·멕시코 등에 대한) 추가적인 관세 세율 인상이나 자동차 수입품의 관세 부과가 가능하겠지만, 우리의 기본적인 전망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중국·멕시코와 무역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국은 관세 철폐를 발표하겠지만, 이런 경우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까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투자은행은 강조했다.

이어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의 무역전쟁이 단계적으로 격화하고,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협상 백서 발표하는 왕서우원 中상무부 부부장 (사진=CCTV 캡쳐)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우려에도 무역협상을 위한 대화가 재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다른 이들은 미국을 공정하게, 존중을 갖고 대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바보가 아니다"라며 본인의 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늘어놨다. 중국 당국 역시 무역협상 백서를 최근 발표하면서 "2018년 2월 협상 개시 이후 매우 큰 진전이 있었지만 수차례 곡절을 겪었다"며 "매번 미국 정부가 갈팡질팡 하며 공동 인식을 위배했기 때문에 중·미 경제무역 협상의 엄중한 좌절은 완전히 미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이달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보인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제임스 설리번 JP모건 선임연구원은 "내 개인적인 예상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중국측은 미중 정상간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이고, 미국측도 최근 대중 메시지가 매우 매파적인 어조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