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롯데손보 ‘이중적 행태’...미세먼지 보험 팔면서 뒤로는 석탄발전 투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05 08:08

보험사들 10년새 석탄금융 대출 2조5000억
4대 시중은행보다 '4배나 많아'


국내 보험사들의 석탄발전 대출 잔액 규모가 꾸준히 증가해 시중은행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DB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등 일부 보험사는 미세먼지 이슈에 맞춰 호흡기 질환에 특화된 보험상품과 특약을 출시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이익을 위해 석탄금융 투자를 늘려 이중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 국내 주요 금융사 석탄 금융 규모 지속 확대…"글로벌 흐름에 발 못 맞춰" 지적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에너지경제신문에 제공한 '최근 10년간 보험회사 석탄발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잔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주요 생명·손해보험사의 석탄발전 대출 잔액이 올해 3월을 기점으로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0에 수렴했던 주요 보험사의 석탄발전 PF 대출 잔액은 2011년 KDB생명과 흥국생명, 현대해상, 한화손보를 시작으로 계단식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들 18개 보험사의 석탄발전 PF 대출 잔액은 2013년 1776억원에서 2014년 4597억원으로 158.8% 급증한데 이어 이듬해 1조1084억원으로 또다시 141.1% 증가했다. 2013년에서 2015년도로 넘어가는 2년 동안에만 524.1% 대폭 증가한 수치다.

▲2019.03 기준, (자료=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실)


해당 시기에 다수 보험사의 석탄발전 PF 대출 잔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박지혜 기후솔루션 이사는 "해당 연도는 5~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효된 시기로 당시 민간발전사를 대거 선정해 인허가를 내줬다"며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민간 석탄 발전사를 허용하기 시작하며 보험사를 비롯한 국내 금융사들이 민간 석탄 발전사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험사의 석탄발전 PF 대출 잔액은 4대 시중은행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10개 생명보험사(삼성·교보·한화·KB·NH농협·흥국·KDB·미래에셋·신한·ABL)와 8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해상·DB·KB·메리츠·한화·흥국·롯데)의 석탄발전 PF 대출 잔액은 2조4526억원이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의 발전소 투자관련 PF대출 총액은 2조5627억원이며, 이 중에서 석탄 관련 투자는 4673억원을 차지했다. 석탄발전 대출 잔액만 비교했을 때, 보험사의 규모가 시중은행의 424.8%에 달하는 셈이다. 국내 금융권내에서도 친환경 투자를 역행하는 주범은 보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금융기관의 석탄 관련 투자 확대는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다"라며 "석탄 투자는 언젠가 터져버리고 말 폭탄인데, 그것을 모르고 당장 눈앞에 이익을 보고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국내에서는 석탄발전의 신규 수요가 없고, 세계적인 흐름을 보아도 장기적으로 석탄발전이 가동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국내 금융사가 지속적으로 석탄 발전을 확대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재무적인 리스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 미세먼지 보험 출시하면서 뒤에선 석탄투자 늘려 ‘이중행보’


올해 3월 기준 주요 10개 생명보험사 중에서 석탄발전 PF대출 잔액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석탄발전 PF대출 잔액은 3581억원으로 전체 생명·손해보험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3000억원을 넘겼으며 농협생명(2531억원), 흥국생명(2113억원), 한화생명(184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18년 잔액과 2019년 3월 잔액을 비교했을 때는, 미래에셋생명의 석탄발전 PF대출 잔액이 452억원에서 576억원으로 27.5%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생명(20.7%), 한화생명(19.3%), 교보생명(14.0%)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올해 1분기에도 석탄발전 대출 규모를 가파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KB생명(-39.8%), 농협생명(-19.9%) 등은 대출 잔액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올해 3월 기준 주요 8개 손해보험사 중에서 석탄발전 PF대출 잔액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화재(2779억원)였으며 이어 KB손해보험(2401억원), 현대해상(2058억원)이 2000억원 이상의 대출 잔액을 기록했다.

2018년 잔액과 2019년 3월 잔액을 비교했을 때는, DB손해보험이 226억원에서 628억원으로 178.1% 대폭 확대했으며, 이어 메리츠화재의 석탄발전 PF대출 잔액 역시 45억원에서 58억원으로 27.5% 증가했다. 반면 롯데손해보험(-27.3%), 한화손해보험(-2.1%)는 잔액이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2011~2014년도를 기점으로 석탄발전 PF대출을 시작한 것과 달리 IBK연금보험은 2018년에서야 첫 석탄발전 PF대출을 시작했다. 45억원 규모였던 IBK연금보험의 석탄발전 PF대출은 올해 3월 기준 58억원으로 27.5% 대폭 급증하며 최근부터 석탄발전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같은 보험사의 석탄발전 대출 규모의 증가는 미세먼지 관련 이슈가 중요해지며 하나 둘 씩 미세먼지 관련 보험 상품 및 특약을 내놓은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DB손해보험은 올해 2월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및 안구 질환에 대비하기 위한 미니보험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을 출시했으며,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4월 기존 판매 중인 ‘롯데 도담도담 자녀보험’의 ‘천식지속상태 진단비 특약’에 대해 3개월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해 미세먼지 이슈에 빠르게 대응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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