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베일에 가려진 조원태 우호지분...KCGI 지분매입 가능성 무게

내년 3월까지 임시주총 개최 촉구...한진家 흔들고 주가UP 전략 펼칠 듯

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항공 미디어브리핑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


"저나 회사에서 (KCGI를)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난 게 없는 걸로 안다. 마지막으로 만난 건 작년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에는 전혀 없다. 연락이 와도 주주로서 만나는거지 그 이상은 아니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6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의 한진칼 지분 격차를 2%포인트 내외로 좁히면서 한진그룹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내년 3월 정기주총 전까지 지분을 추가로 확대할 것인지를 두고 투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한진그룹에 우호지분이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며 조원태 회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KCGI는 한진그룹에 주주가치 제고, 기업 투명성 강화 등을 꾸준히 요구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내년 3월 주총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우호지분을 확대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조원태 "상속세 재원? 주가 반영될까 조심스럽다"...한진칼 주가 ‘비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 주가는 전일 대비 0.48% 내린 4만135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한진칼 주가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것은 조원태 회장이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힌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조양호 전 회장의 사후 상속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가족들과도 지금 많이 협의를 하고 있고 협의가 완료됐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서는 "제가 이런 언급을 하면 주가에 반영될까 조심스럽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에 대해서는 "한진칼 주주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앞으로 전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KCGI와의 지분 경쟁을 부각해 주가를 끌어올려봤자 조 회장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17.84%를 안정적으로 상속받아야 하는데, 이 주식의 시장 가치는 상속세일 전후로 약 2개월 간의 평균 종가를 토대로 산출한다. 조양호 전 회장이 4월 8일 별세한 만큼 2월 9일부터 6월 7일까지의 한진칼 평균 주가를 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상속세 산정을 대략적으로 마무리지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진칼 주가가 추가로 오른다고 해도 오너일가의 상속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주가를 끌어올려봤자 KCGI의 한진칼 보유지분 평가액만 끌어올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양호 회장과 지분 격차 2%포인트대로...강성부 대표, 한진칼 살까 말까

KCGI.


이런 상황에서 ‘주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강성부 대표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인지를 두고 투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말 한진칼 지분을 15.98%대로 늘려 조양호 전 회장(17.84%)와의 격차를 2%포인트 내로 좁혔다. 지분을 15%대로 늘리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받게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있다는 점을 감수하면서도 내년 3월 주총에서 어떻게든 승부수를 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시장에서는 KCGI가 내년 3월 주총 전까지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재 조 회장(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를 포함한 한진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로, 단순 지분율만 보면 KCGI 측에 훨씬 불리하다. 여기에 한진그룹 측이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이 안된 만큼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지분율을 늘리며 조 회장을 벼랑 끝으로 몰 것이라는 분석이다.

KCGI 입장에서 지분을 늘릴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한진칼이 강 대표의 말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KCGI는 올해 1월 한진그룹에 주주가치 관련 중대 현안을 검토, 심의할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 평가 기구인 ‘보상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요구했지만 한진그룹은 사외이사 확대 등 대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만 내놓기 급급했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내년 3월 주총까지 임시주총 개최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조 회장 등 오너일가를 흔드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오너일가가 KCGI 측의 압박에 굴복해 주주가치 제고안을 내놓는다면 한진칼 주가가 추가로 상승해 강 대표 입장에서도 막대한 차익실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KCGI는 그간 한진그룹에 경영 투명성 강화 등 신뢰회복과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끊임없이 촉구했다. 즉 강 대표가 원하는 것은 조 회장의 '경영권'이 아닌 한진칼의 주가 상승인 만큼 내년 3월까지는 강 대표와 조 회장 모두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KCGI는 이날 한진칼을 대상으로 조양호 회장에 대한 퇴직금 및 위로금 지급과 조원태 회장 선임 등을 조사하기 위해 KCGI가 지정하는 검사인을 선임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앞으로도 지분 매입과 오너일가 흔들기라는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KCGI 입장에서는 다른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지분을 최대한 늘리고 내년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할 것이다"라며 "한진칼 주가가 올해 들어 40% 넘게 올랐지만, 기업 가치에 비해 아직 저평가됐기 때문에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PEF 속성상 KCGI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한진칼, 대한항공 인수는 아닐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한진그룹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도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들을 꾸준히 검토할 것"이라며 "그 방법으로는 조 회장 측에 우호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내년 3월 주총에서 KCGI를 무력화하거나 KCGI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 분쟁을 잠재우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강 대표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지 여부다. 국내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잘 되어서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살 수 있을 만큼 실탄이 두둑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 자금이 부족하다면 조 회장을 압박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KCGI는 현재 한진칼 주가와 밸류에이션, 실탄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추가로 지분을 확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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