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한진칼 2대 주주 KCGI, 지분 15.98%로 확대
회계장부 열람 등 오너일가 흔들기 ‘계속’
시세차익보단 ‘정공법’으로 주주가치제고UP
KCGI, 국내 첫 행동주의 펀드 성공사례 기대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연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국내 최초로 행동주의 펀드로 성공사례를 남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KCGI, 엘리엇과 다른 점은..."중장기적 기업가치 개선 요구"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제 KCGI는 지금까지 국내 자본시장에 등장했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메니지먼트 등 다른 헤지펀드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엘리엇의 경우 작년부터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수용된 사례는 없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반대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올해 1월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제안한 배당안건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잇단 무리수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에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총 4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고, 현대모비스에도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449원 등 총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각각 1조6450억원, 1조888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장기 성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하며 엘리엇의 요구를 단숨에 무력화했다.

이와 달리 KCGI는 지난달 말 한진칼 지분율을 15.98%까지 확대하는 한편 한진그룹에 주주가치 관련 중대 현안을 검토, 심의할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 평가 기구인 ‘보상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요구하는 등 계속해서 주주가치 제고, 기업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정공법’을 통해 한진그룹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것이다.

강성부 대표의 이력도 주목할만 하다. 강 대표는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로 일하던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이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LK파트너스 시절인 2017년 현대시멘트 인수, 2015년 요진건설산업 지분인수 등을 성공하며 투자부문에서도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강 대표는 지난해 7월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KCGI를 설립했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강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KCGI 설립 한 달 만에 16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고, 프로젝트 펀드도 꾸려 코스닥 상장사인 이노와이어리스 18.57%를 확보했다.

조원태

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항공 미디어브리핑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


◇ 내년 3월 정기주총 전까지 조원태 흔들기 계속

KCGI는 지분 확보 뿐만 아니라 한진칼 등을 대상으로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 허용 가처분 신청을 내며 상속세 납부 시나리오 등에 제동을 걸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그 전까지 법적 소송과 지분 확대라는 두가지 전략을 동시에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로 조양호 전 회장(17.84%)과의 격차를 2%포인트 내로 좁혔지만, 아직 오너일가에 우호 지분이 얼마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표 대결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조원태 회장(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를 포함한 한진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이에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이달 5일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한진칼의 차입금 사용 명세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KCGI는 지난해 12월 5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결의된 신규차입 건과 관련해 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 차입금 등 총 600억원의 사용 내용 명세서를 열람, 등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에 대한 증빙서류, 7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신규 차입금 등 총 1000억원에 대한 사용 내용 명세서에 대해서도 열람, 등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진칼이 지난해 5월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자금 조달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단기차입금을 1600억원으로 늘린 것에 대한 KCGI의 반격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진칼이 차입금을 늘린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자산총액를 인위적으로 2조원 이상으로 늘려 현행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감사선임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를 선임하면 최대주주만 의결권이 3%로 묶이는 반면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의 의결권도 3%로 묶여 표 대결에서 오너일가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아울러 KCGI는 한진칼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에 지급한 퇴직금이 적법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조 전 회장의 퇴직금, 퇴직위로금 지급 관련 규정에 대해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이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 신청한 것이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등 5개 계열사로부터 총 107억1815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조 전 회장이 받는 퇴직금 총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대한항공은 조 전 회장에게 400억원대의 퇴직금을 지급했고, 퇴직금 2배 이내에서 지급할 수 있는 위로금은 유족의 뜻에 따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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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한진칼 주가 추이.(사진=구글 화면 캡쳐)


KCGI의 검사인 신청 건은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현재 상황에서는 오너일가가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 전 회장이 남긴 주식의 상속세는 한진칼을 비롯해 한진칼우(2.4%), 한진(6.87%), 대한항공(0.01%), 대한항공우(2.4%), 비상장사인 정석기업(20.64%) 등을 포함해 총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법원이 검사인을 선임해 조 전 회장의 퇴직금 지급에 적법성을 따져보게 되면 퇴직금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오너일가의 시나리오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아울러 KCGI는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회장 선임 안건이 이사회에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됐는지를 검사인이 조사하게 해달라는 신청도 함께 냈다.

아직 KCIG와 한진그룹 간의 대결에서 어느 쪽이 승부를 가져갈 지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올해 1월 2일 2만9350원에서 이달 7일 현재 4만5000원으로 50% 넘게 급등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직금, 퇴직 위로금과 조원태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며 "한진칼은 KCGI의 요구와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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