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엇박자·과세…‘겉 도는’ 혁신성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1 16:28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부문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종무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이 곳곳에서 암초를 맞고 있다. 해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정부가 부처마다 얽혀 있는 ‘규제 칸막이’로 서로 엇박자를 거듭하고 있고, 기업은 세제 당국의 과세로 기껏 키워온 신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기 부진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혁신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혁신성장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선도적 혁신기업, 성장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혁신기업 대표로 네이버의 연구개발 자회사 네이버랩스와 카카오가, 정부 측에서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신산업 관련 정부 부처 간 엇박자, 법이 개정됐지만 고쳐지지 않는 악습적 관행,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정 등 혁신성장의 현실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론회 참석 기업들도 한숨과 탄식을 자아냈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부문장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정밀 지도’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밀 지도 기술은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 카의 인프라로 도로나 교통 신호 등 차량 운행의 기반이 된다.


백 부문장은 "정밀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군 부대 등 민감 사항이 포함될 수 있어 지도를 업데이트할 때 사전에 심사 받아야 했는데 법 개정을 통해 사후 심사로 변경된 점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2015년에 법이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관행적으로 사전 심사 행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토부와 국방부 간 엇박자를 여실히 나타냈다. 김수상 국토부 자동차관리관은 "군 부대 등 보안 시설과 관련된 부분은 국방부에 보안성 검토를 실질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국토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련 실무자가 조속히 모여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사전 심사 관행은 고쳐질 수 있도록 최근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정부가 모바일 상품권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기재부는 모바일 상품권이 음성 자금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내년 1월부터 인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양현서 카카오 대외정책팀 이사는 "모바일 상품권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이드라인(신유형 상품권 가이드라인) 아래 규제가 돼 있다"며 "결제 증빙, 신원 확인이 확실해 음성화 우려가 적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품권 발행업체는 발행 수수료만 내고 실제 매출은 상품 판매업체에 돌아간다"면서 "상품권 발행업체 다수가 중소업체인데 여기에 과세를 한다는 건 혁신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중현 기재부 부가가치세과 과장은 "2017년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형성되면서 기존 지류 상품권 발행업계에서 모바일 상품권 과세는 왜 하지 않는지 불공정한 규정을 개선해달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세제 당국 입장에선 형평성 차원에서 똑같이 취급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금이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정부는 분명히 갖고 있다"면서 "향후 인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납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혁신성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처럼 여전한 장애물에 혁신성장이 공염불에 그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혁신성장의 실패는 경기 후퇴를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통일된 ‘대원칙’을 수립해 일관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병원 의원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모두 자율주행차를 타봤는데 중국이 우리 기술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간접자본 투자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시대 대비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혁신성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혁신성장이란 목표를 위해 각 부처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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