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은 다 다뤘지만...아쉽다"
"제조결함이라면 리콜 절차 밟아야 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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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민관합동ESS화재사고원인조사위원장 등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총23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민관 합동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의 11일 조사 결과 및 대책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총론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은 다 다뤘으나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박철완 교수는 "사고조사와 대책이 미흡하다"며 "사고조사위원회의 발표에서 알맹이가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화재가 왜 났는지를 분석했다기 보다 배터리는 어떤 조건에서 화재가 나는지를 설명한 것에 가까웠다"며 "원인 분석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여진다. 모사 환경이 실제 화재가 난 상황과 같다고 하는 그 전제 자체를 비약이라고 봐야 한다.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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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박철완 교수 |
산업부가 환경관리 미흡에 의한 절연 등의 이유가 화재 원인이라고 꼽은 것과 관련 ▲모든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는지 ▲특정 부분에서 화재가 나는지 ▲한 업체 전지만 화재가 나는지 등에 따라 대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조결함’이라고 발표한다면 해당 제조사와 생산시기, 생산공장은 공표되는 게 마땅하다"면서 "헌데 이번 보고서에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결함이라면 자동차처럼 정확한 리콜 절차를 밟는 게 옳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제조결함과 불량이란 말을 혼용하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표현했다.
대책과 관련해서도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언급했다. 서 교수는 "가동이 중단됐거나 신설한 쪽만 피해를 봤다"며 "가동 중지 시켰던 내역을 봐야 한다. 현황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지 않으니까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제대로 대책 마련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생태계를 위해 협회를 별도로 만들겠다는 내용은 대책 마련으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한국전기연구원 배정효 박사는 "총론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은 다 다뤘다"면서도 "생태계 복원, 운영 등 고민한 흔적은 있는데 배터리 사고 원인 규명은 딱히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험에서도 불량 셀로 진행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운용이력 데이터를 남기는 블랙박스 역시 내용이 미흡하다고 봤다.
배 박사는 "블랙박스 내용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등 운용이력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이미 남겨놨다면 벌써 사고 원인이 규명됐을텐데 서두르지 않아 일을 키운 셈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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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연구원 배정효 박사 |
조사위원회 구성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ESS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운용해 본 인사들로 구성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발표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소지를 여전히 남긴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원인을 복합이라고 발표한 이상 재가동할 때 가격상승분이 있게 된다"며 "앞으로 설치 업자 쪽에서 비싸다고 하면 제공 업자는 안해도 되는 것은 빼게 될 것이다. 즉 실제 구현하게 될 때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격거리, 온도 등 문제만 집어내면 그것만 보완하면 되는데 ‘복합’이라고 발표해 가격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배터리 제조업체에는 "(책임소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줬다"며 "면피를 주는 문구를 만든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