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3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독일 드레스덴을 추천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3 14:15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미국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며 미국의 일괄적인 비핵화와 빅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미국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을 압류했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자고 김정은이 대화의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3차 회담의 장소로 독일의 드레스덴을 추천한다.

2018년 6월 1일 1차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것은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었다. 싱가포르에는 미국 대사관, 북한 대사관 모두 존재하는 중립성과 고도로 확립된 질서, 고위급 회담 유치 실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역사적인 1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된 이유였다. 2019년 2월 27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의 하노이로 선정된 것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북미 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립적인 위치 때문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개방과 경제발전에 성공을 거둔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개발 모델로서 베트남 모델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를 주고 싶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서 드레스덴을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북한의 통일 이후의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드레스덴은 수도 베를린 남쪽에서 189km 떨어져 있고 작센 왕국의 수도였다. 지금은 독일 남동부 작센 주 주도로 독일의 피렌체라는 말로는 부족한 옛 동독의 아름다운 도시다. 이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2차 세계 대전 중의 연합군 폭격이다. 드레스덴 폭격은 네 번의 공습으로 발생한 화염폭풍으로 도심의 40㎢가 파괴됐으며, 2만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드레스덴을 공격하는 데 사용된 폭탄의 이름이 블록버스터인데 지금은 영화가 대박을 냈을 때 쓰는 용어로 바뀔 정도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드레스덴은 2차 세계 대전의 피해를 가장 실감한 도시다. 그 폐허가 독일 통일 이후 독일정부의 노력으로 폐허의 도시에서 번영의 도시로 바뀌었다. 현재 이 도시에서 주목받는 산업은 반도체 신소재 등 고부가가치 IT(정보기술) 산업이다. 나노기술, 소재 연구 분야에서 드레스덴은 독일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의 절반이 드레스덴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래서 드레스덴을 ‘실리콘 삭소니’라고 부른다. 삭소니는 드레스덴이 속한 작센 주의 영어식 발음이다.

드레스덴에서 3차 북미회담을 개최하자는 이유는 통독 이후 그 발전의 현장을 김 위원장이 실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드레스덴의 과거에 대해 일가견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독일 통일 직전인 1989년 12월 19일 동독 총리 한스 모드로프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드레스덴을 방문 중이던 서독 총리 헬무트 콜이 이곳 프라우엔키르헤의 폐허 앞에서 즉흥 연설을 하면서 "역사적 순간이 허용한다면 내 목표는 한결같이 우리 민족의 통일이다"라는 유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그는 드레스덴에서 통일이 시작되는 기운을 느꼈다고 훗날 회고한다.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도 드레스덴에서 통일이 시작되는 기운을 느끼게 되길 기원하는 염원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드레스덴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드레스덴 시장인 디르크 힐버트의 부인은 한국인이다. 그리고 2015년 3월 24일 드레스덴 시에 조성된 시민공원이 ‘한국광장’으로 이름 붙여졌다. 한국광장 명명에는 한반도 통일의 희망도 담겨있다. 드레스덴에서 통독기념일에는 예외 없이 한국 통일을 염원하는 행사도 열린다. 2017년 12월 7일 드레스덴의 대한민국 명예 영사관에서 ‘InDeKo(한독혁신센터)’가 창립됐다.

드레스덴을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측면도 있다. 2014년 3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독 중 평화통일에 대한 선언을 발표한 곳이 드레스덴이기 때문이다. ‘드레스덴 선언’은 박 전 대통령이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방문해 통일의 의지를 표방하고 찾은 드레스덴 공과대학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대북원칙이다.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선언으로 알려진 곳이 드레스덴이다. 그러나 대국적인 측면에서 현 정부가 추천하고 성사가 된다면 그만큼 드레스덴이 갖고 있는 대한민국 통일의 염원을 상징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 국민의 성원을 모아 3차 북미회담의 장소로서 드레스덴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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