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그늘’…韓 전자부품 업계 ‘적신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3 16:08

▲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국내 전자부품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스마트폰 시장 둔화, 메모리 반도체 불황 장기화에 이어 미중 무역 분쟁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특히 양국 간 분쟁이 퇴로 없는 장기전으로 치달으면서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전자부품 업계가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전자부품 업계에서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화웨이 사태’ 등으로 하반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의 반도체, 카메라 모듈 등 주요 전자부품을 사들이는 ‘큰 손’인 중국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거나 제재 현실화로 수출길이 막히게 되면 그만큼 줄줄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삼성전기  실적 추이(단위: 원)
구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1분기
영업이익 244억 3062억 1조 181억 1903억
매출액 6조 330억 6조 8385억 8조 1930억 2조 1306억


대표적인 국내 전자부품 기업 삼성전기는 최근 회사의 주력 제품이자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기존 최대 수요처였던 반도체, 스마트폰 분야에서 자동차 전장용으로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사업 계획을 변화시키고 있다. MLCC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최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MLCC는 
정보기술(IT) 기기 핵심 부품으로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한다.

실제 삼성전기는 IT 기기용 MLCC 생산라인을 전장용과 산업용 제품 생산 용도로 전환하는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800억여 원을 들여 짓기 시작한 중국 톈진의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이 준공되면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삼성전기의 MLCC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모듈 솔루션, 컴포넌트 솔루션, 기판 솔루션 등 세 사업부문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기는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 솔루션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전체 영업이익은 1조 181억 원이었는데 컴포넌트솔루션 부문에서만 1조 1171억 원의 이익을 냈다.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 내에서도 MLCC의 매출 비중은 90% 정도에 달한다.

삼성전기의 높은 MLCC 의존도는 미중 무역 분쟁의 틈바구니에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는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기의 MLCC 생산 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삼성전기의 MLCC 출하량 추정치를 7300억 개에서 7097억 개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 대비 14.4% 감소한 수치다.

자동차 전장용 MLCC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IT 기기용 MLCC 업황을 개선시키기엔 부족한 수준이고, 매출 35% 정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화웨이 제재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면 이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오는 하반기 TV 패널 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TV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요 증가를 견인할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분기 실적 쇼크를 겪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패널 업체들은 이에 따라 생산량 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5600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한편 화웨이 매출 의존도가 높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인 기업도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와 비보 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지만 화웨이 매출 의존도가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를 일단 유예한 만큼 즉각적인 피해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내부적으로 고민과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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