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경제청문회'로 압박...민주당은 6월 단독국회도 불사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사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이인영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각각 방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성기노 기자]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정상화 합의 최종 자구 수정까지 접근했지만 갑자기 나온 돌발변수에 계속 협상 자체가 공전되고 있다. 현재의 막판 최대 쟁점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 경제청문회 개최 여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청문회 개최 요구는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없던 갑작스런 의제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다음 주부터 6월 임시국회를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번 주말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삼고 있어 여야의 긴박한 접촉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주말까지 협상 타결이 안 되면 한국당을 뺀 6월 단독 국회 소집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에 의지가 있는지조차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타결될 만하면 새로운 조건을 내세워 정상화를 고의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한국당을 뺀 채 국회를 소집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막판 쟁점이었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문제는 ‘연장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로 정리됐지만, 한국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 검토 등을 위한 경제청문회 개최를 들고나와 협상이 꼬이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경제청문회 개최 요구에 대해 "그것을 받는다면 물리적으로 추경 심사를 위한 국회 정상화가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 경제지표를 보는 시각은 여야 간 명백한 입장차가 존재한다. 여당은 정부 발표대로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제 타격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야당은 최저임금제 등의 여파로 경제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정이 현재의 경제위기 핵심이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나 대표는 협상 막판에 경제청문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 |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이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청문회가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개혁 방향 설정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야당의 정부 정책 흠집 내기의 장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민주당이 뻔히 받지 않는 불가능한 의제를 내세워 국회 공전의 책임을 여당에 떠넘기려는 꼼수가 깔려 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결국 경제청문회 문제를 포함한 쟁점 조율에 실패해 이번 주까지 협상 타결이 안 되면 민주당은 다음 주 한국당을 뺀 6월 국회 소집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 시국 인식이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 전 국회 공전에 대해 질타하며 정치권에 상당히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다. 그 뒤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 등이 잇따라 나서며 한국당의 대응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리고 여당에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야당에 그 책임을 물어 적극 추진할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문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동안 명분을 축적한 여당이 한국당 배제 국회 소집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당을 뺀 국회 가동에 부정적이었던 바른미래당이 ‘협상 타결 불발 시 단독 국회 소집’ 입장으로 선회해 민주당의 국회 소집 부담이 한결 덜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다양한 방식으로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경제청문회 요구를 완전히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국회 상임위 차원의 논의도 그 임팩트가 약하기 때문에 청문회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 현재 야당이 그나마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밀리면서도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창이 바로 ‘경제’ 이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찬성률이 77%에 이르는 등 ‘놀고 먹는 국회’에 대한 비난과 그 책임이 점점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 압력을 해소하고 국회 정상화의 명분을 줄 수 있는 것을 바로 경제 프레임으로 본 것이다. 여당을 충분히 골탕먹일 수 있는 소재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회 정상화 막판에 터져나온 경제청문회 변수는 한국당이 국회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