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1호기 사태, 스스로 존재가치 부정한 원안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6 10:55

엄재식 위원장 "한수원이 조치, 보고 잘못해서 가동중단 명령 늦어졌다"

국회 과방위 의원들 "한수원에 책임 떠넘기는 모습, 12시간 동안은 뭐했나"

원자력 업계 "사업자가 다 알아서 할 것 같으면 규제기관은 뭐하러 있나"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 이하 ‘원안위’)가 한빛1호기 원자력발전소 과다출력 사고에 대해 원안위의 책임이 없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 원자력업계와 정치권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심지어 원안위의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원안위는 14일 그동안 한빛1호기 사고 당시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보조급수펌프 기동사건은 전체 회의에서 논의되거나 즉시 보고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긴급상황 발생 시 원전의 중단여부는 한수원이 운영기술지침서 및 절차서 따라 결정하며, 원안위는 이에 대한 적절성을 확인하고 조치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조치를 명한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앞서 지난달 10일 한빛1호기 원전의 제어봉 제어능력 시험 도중 열출력이 제한수치인 5%를 넘어 18%까지 급등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르면 원자로특성시험 중 열출력 제한수치가 5%를 넘을 경우 원자로가 즉시 중지돼야 한다. 그러나 오전 10시31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원안위는 12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0시2분이 돼서야 가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저희에게 보고를 할 때 그 것(열출력 제한수치 급등 사건)이 아니라 보조급수펌프 자동기동 사건으로 보고가 이뤄졌다"며 "보조급수펌프 자동기동 사건을 보고 받고 현장에 나가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오후 4시 정도인데 그때서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단이 18% 가까운 열출력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엄 위원장은 "저희들이 수동정지가 필요하다고 오후 6시30분에 인지했다면 그 즉시 수동정지를 했어야 함에도 또 시간이 흘러간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운영기술지침서 상으로 사업자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고 있을 때 저희들이 그 부분을 강제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출력이 안정화 돼있었고 사업자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바로 수동정지하라고 지시하기 어려워 시간을 지체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저희가 문제를 일으켰고 정확한 기준을 숙지하지 못했기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원안위는 저희가 이야기한 여러 변수에 대해 검토를 해준 것이고 저희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보조급수펌프 기동사건이 전체 회의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서 조치를 안했다는 게 원자력 안전을 책임진다는 기관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며 "또 한수원에서 알아서 다 결정할 것 같으면 규제기관은 뭐하러 있나?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원안위는 해체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 역시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사업자인 한수원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며 "특히 사고 발생 당시 정기회의를 열고 있었음에도 종료될 때까지 사고 사실을 몰랐던 데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원안위원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이 ‘보신 회식’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12시간이나 지나 가동중단 명령이 내려졌다는 점은 업무체계에 문제가 크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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