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6세...'라 트라비아타' 등 오페라 연출에서도 뛰어난 실력 보여준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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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가 15일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
[에너지경제신문 민병무 기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만든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가 15일(현지시간)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영화뿐만 아니라 ‘라 트라비아타’ 등 여러 편의 오페라도 연출한 거장이다. 문화 예술 분야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제피렐리의 아들인 루치아노는 이날 아버지가 로마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AP통신과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제피렐리 재단 역시 그가 오랜 지병 끝에 로마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알리며 재단 홈페이지에 그의 사진과 함께 ‘잘 가세요, 거장(Ciao Maestro)’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그는 한동안 폐렴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1923년 2월 12일 피렌체에서 태어난 제피렐리는 유년기부터 문화 예술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6세 때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숨지면서 아버지의 친척 손에서 자란 그는 8∼9세 때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를 보고 오페라에 대해 꿈을 키웠다. 성년이 되서는 연극과 영화계에서 두루 일했다.
제피렐리는 1967년 엘리자베스 테일러·리처드 버턴이 주연한 ‘말괄량이 길들이기’로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이듬해에 올리비아 핫세·레너드 위팅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제작비 150만 달러(약 17억8000만원)가 들어간 ‘로미오와 줄리엣’은 5200만 달러(약 616억5000만원)를 벌어들이며 셰익스피어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밖에 ‘햄릿’ ‘티 위드 무솔리니’ ‘끝없는 사랑’ ‘챔프’ 등 2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그는 오페라에도 열정을 쏟아 모차르트, 로시니, 도니체티, 베르디의 작품을 연출했다. 라 스칼라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라 보엠’을 올렸고, 1982년 미국 TV로도 방송됐다. 1983년에는 소프라노 테리사 스트라타스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출연한 영화 버전의 ‘라 트라비아타’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곧 평단의 환호를 받았으며 오스카상 3개 부문 수상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그의 어머니가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제피레티’에서 따온 것이지만, 인쇄 과정의 실수로 제피렐리가 됐다. 장례식 일정과 장소는 아직 발표 전이지만 AFP통신은 피렌체의 산 미니아토 알 몬테 수도원 묘지에 안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