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반도체

SK하이닉스 연구원들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하반기면 반등할 것이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화웨이 제재’ 등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심지어는 당초 전망보다 메모리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며 하반기 실적 감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악의 한 해를 보낼 것"이란 경고마저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황 둔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 실적 감소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업계는 일단 올 2분기 이들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영업이익 6조 463억 원, 매출 54조 1653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9.3%, 7.4% 줄어든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5.2% 감소해 1조 원대 아래(8274억 원)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37.8% 줄어든 6조 4458억 원으로 예상됐다.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관측에도 회의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는 오는 3·4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 하락 폭을 당초 전망보다 5∼8%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했다. 시황 개선 시점이 더욱 늦어질 것이란 의미다. D램 익스체인지는 "올해 말까지 D램 재고가 늘어나 공급업체들은 이를 ‘손실’로 보고해야 할 수도 있다"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D램 고정가격 추이(단위: 달러)
구분 2018년 12월 2019년 1월 2월 3월 4월 5월
가격 7.25 6 5.13 4.56 4 3.75
DDR4 8기가비트(Gb) 제품  기준. 자료=D램 익스체인지
반도체  D램 고정가격 전망치
구분 2019년 3분기 2019년 4분기
기존 -10% -5%
조정 후 -15% -10%
자료=D램 익스체인지

이처럼 반도체 시황이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적인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생산량 조절로 가격 하락 폭을 낮추고 있지만 메모리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국내 증권사는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을 전망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사인 인텔이 신규 CPU를 하반기 출시해 정보기술(IT) 수요가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컴퓨터 두뇌 역할을 하는 CPU는 반드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장착될 수밖에 없어 수요 회복을 이끌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사업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인텔이 서버용 CPU 시장의 95%, 개인용 PC CPU의 85%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매출이 대부분 메모리에서 나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텔이 얼마나 신규 CPU를 빨리 양산해내는지에 실적 회복이 달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기대보다 실망감이 역력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텔은 지난달 말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컴퓨텍스 2019’에서 미세 공정 기반의 10나노(㎚) CPU(아이스레이크)를 최초 공개했는데, 급격한 파생 수요가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CPU가 아닌 노트북용이기 때문이다. 일부 PC 수요가 늘어날 수 있으나 하락하는 D램 가격이 반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도 "일단 이번 인텔의 PC용 신규 CPU 양산은 메모리 업계에는 희소식"이라면서 "하지만 서버용 CPU가 출시돼야 아마존, 구글 등 데이터센터 업체의 신규 투자로 이어져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 심화와 이로 인한 화웨이 사태 등 IT 업계에 불확실성이 점차 가중되면서 전반적인 세계 반도체 시장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도 반도체 업황 개선의 악재로 거론된다.

D램 익스체인지는 "화웨이의 스마트폰·서버 제품 출하가 앞으로 2∼3분기 동안 큰 장애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또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따라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신규 설비 투자를 줄이면서 시장은 급속히 냉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경우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을 고려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름대로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부 변수에서 수요가 발생하지 않으면 상태는 호전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신규 메모리 수요 회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장·경영 상황은 악화되는 등 한 마디로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출하량 감소, 판매가격 하락 등 수익성 감소, 재고 증가 등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낼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