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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이유' 내세웠지만 당 중책 사무총장직 사퇴 배경 의구심

성균관대 2년 후배인 한선교 한국당 사무총장이 갑자기 황교안 대표에게 사표를 제출해 그 배경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성기노 기자] 자유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이 17일 사무총장직을 사퇴했다. 한 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단에 "저는 오늘 건강상의 이유로 사무총장직을 사퇴한다"는 짧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4선의 중진인 한 총장은 황교안 대표가 2·27 전당대회를 통해 당선되고 바로 이튿날 내정한 ‘1호 당직자’였다. 황 대표의 성균관대 2년 후배로, 당의 살림을 책임지고 내년 총선 공천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자리이기에 한 총장은 황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4선이나 되는 한 의원이 사무총장 자리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사무총장직은 총선에서 당의 ‘금고지기’ 역할까지 하는 데다 당 대표와 함께 선거를 최일선에서 뛰는 리베로로 불린다. 따라서 이날 한 총장의 전격 사퇴를 두고는 설왕설래가 빚어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 총장의 건강이 썩 좋지 않은 건 맞다. 당뇨 합병증 등으로 눈 치료도 받고 있었다"며 "이 때문에 지난주에도 당 회의 등에 몇 차례 걸렀고, 황 대표를 찾아뵙고 더는 할 수 없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총장이 ‘와병’을 구실로 내세웠지만 정치권 주요인사들의 갑작스런 진퇴 배경에는 칭병이 그 단골 소재다. 1야당 대표의 핵심측근이 갑자기 사표를 던지는 것에는 정치적인 연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한 총장이 스스로 그만 두었느냐, 아니면 황교안 대표로부터 ‘잘렸느냐’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아니면 한 총장은 말 그대로 몸이 아파서 그만둔 것에 해당한다. 정치권에서도 이 두 가지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들이 오간다.

먼저 한 총장이 스스로 사퇴한 경우다. 다시 말하면 ‘주군’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실망했거나 분노가 작용해 사표를 던진 경우다. 대표적인 게 막말 논란과 불화설이다. 한 총장은 최근 취재진을 향해 ‘걸레질’이란 말을 써 구설에 올랐지만 이에 앞서 5월 초 사무처 직원에게 욕설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당시 한국당 당직자 노조가 한 총장의 욕설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한 총장이 사과하며 일단락됐지만, 그 이면엔 당 주요 사안 결정에서 배제돼 온 한 총장의 누적된 소외감이 폭발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당 대표가 사무총장의 자율성과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듯한 상황이 여러번 발생하면서 한 총장이 열이 받아 사무처 직원에게 막막을 했다는 것이다. 그 욕설은 곧 황교안 대표에게 던지는 무언의 항의 메시지였던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당 사무총장과 주요 당직자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파워게임이었다. 자주 바뀌는 사무총장과 달리 당 사무처 주요 당직자들은 수십년 동안 익숙한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다선 의원들이라고 해도 군기를 잡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노련한 ‘주임원사’들을 잘 다독여야 사무총장이 원활하게 사무처를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황교안 대표가 사무총장을 ‘패싱’하는 일이 자주 생기면서 한 총장의 불만이 쌓였고 그것이 사무처 직원 막말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당 지도부와 심도 있는 상의 없이 한 총장이 사무총장직을 던진 것은 결국 황 대표에 대한 불만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즉 한 총장 스스로 사표를 던지고 황 대표 곁을 떠났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 총장 사퇴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이 여러 어려움이 있어 그런 뜻(사의)을 표했고, 논의를 많이 한 끝에 수용했다"고 말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한 총장이 황 대표 신임 아래 사무총장직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자신의 능력은 차치하고 막말을 쏟아낸 것에 대해 황 대표의 불만과 불신이 깊어졌고 결국 한 총장을 내쳤다는 것이다. 한 총장은 그동안 막말의 당사자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7일 당 사무처 당직자에게 욕설이 섞인 폭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한 총장은 국회에서 황 대표의 전국 순회 일정과 관련한 당무 현안을 보고받던 중 한 당직자에게 "× 같은 ×" 등의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 사무처 노조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비정상적 욕설을 하고 참석자들을 쫓아내는 등 비정상적 행태를 저지른 사무총장을 즉각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 총장은 최근에도 당 회의장 밖 복도에 앉아 대기 중이던 기자들에게 "아주 (엉덩이로) 걸레질을 한다"고 발언해 또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발언은 황 대표가 당내 인사들의 막말 논란에 중대 경고음을 울리자마자 나온 것이어서 더 논란이 됐다. 당시 세월호 5주기,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두고 당내 인사들의 막말성 발언이 이어지자 황 대표는 ‘입조심’을 당부하면서 유사 사례가 반복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한 총장이 당 회의 등 공개 석상에 얼굴을 비치지 않으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최근 홍문종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당내 분위기가 더욱 술렁이자 황 대표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한 총장을 자르는’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노골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주요 결정 과정에서 계속 배제하고 한 총장을 곁에 두지 않는 것으로 ‘경질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자존심 강한, 4선의 노회한 한 총장이 당 대표의 불신임을 읽고 칭병을 구실로 갑자기 사표를 던진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당 사무총장이 웬만해서는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 총장의 사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황교안 대표의 인사와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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