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韓 제조업 하반기 기상도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7 15:21

철강·반도체 ‘먹구름’, 전자·석유화학 ‘흐림’, 조선·자동차 ‘맑음’
미중 무역분쟁·글로벌 경기 둔화 주요인


제조업 하반기 전망 세미나

▲전경련은 17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19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산업별 전문가들이 반도체, 자동차·자동차부품 등 6개 주력 제조업과 건설업 전망을 발표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인 철강, 반도체, 전자, 석유화학 등의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17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19년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 등 산업별 전문가들이 반도체, 자동차·자동차부품, 반도체, 전자·전기, 철강, 석유화학 등 6개 주력 제조업과 건설업 전망을 발표했다. 

배상근 전경련 총괄전무는 "최근 주력 제조업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인건비 상승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주력산업의 위기는 곧 실물발 경제위기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모든 경제주체들이 비상한 각오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심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미나 연사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국내 주력 제조업 업황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 전망은 ‘2약(철강·반도체), 2중(석유화학·전자), 2강(자동차·조선)’의 양상을 예상했다. 자동차와 조선 업종을 제외한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전자 업종의 업황이 부진하거나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전경련 세미나

▲배상근 전경련 전무가 17일 열린 ‘2019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먹구름-철강·반도체

하반기 우울할 것으로 예상된 업종은 철강·반도체 분야이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브라질 베일(Vale) 광산댐 붕괴사고로 35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브라질 철광석 수출의 13%, 글로벌 철광석 생산의 2.3% 차질로 철광석 공급 감소가 우려된다. 또한 호주에서 발생한 태풍 영향 등으로 최근 철광석 원료가격이 급등했다"면서 "올해 1∼4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전년동기 대비 9.5% 증가하면서 원가상승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철강 가격 인상에는 한계가 있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D램의 경우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수요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높은 수준의 재고로 인해 가격 하락과 수출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자산은 전년동기 대비 14.6% 상승했다. 박 위원은 또 "중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대한 반독점 규제 적용 압박이 지속되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기존 과잉 재고로 인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비메모리 분야에서의 실적 향상은 2020년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경련 세미나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이 17일 열린 ‘2019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조선·기계 분야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 흐림- 석유화학·전기전자

석유화학과 전기·전자 업종은 대체적으로 흐릴 것으로 전망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로 인한 통신망 설치 등 글로벌 5G 인프라 구축 지연이 우려되며, IT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단기적으로 화웨이 스마트폰 수출 차질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기업 스마트폰 사업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5G 보급에 따른 스마트폰 교체 수요도 하반기 실적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석유화학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 심화, 중국 경기 부양책 불투명 등으로 적극적 수요확대 가능성은 낮고 공급은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석유제품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이하인 상황"이라면서 "다만 석유제품의 경우 하반기 ‘IMO 2020’ 시행 효과로 경유, 저유황 연료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IMO 2020은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 1월부터 선박용 연료의 유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만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다.

◇ 2019년 하반기 주력제조업 경기전망 및 요인 
업  종 전망 주요 요인
철  강 부진 (-)철광석 원료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반도체 부진 (-)재고 과잉으로 가격 하락세 지속, 중국 반독점 규제 움직임 강화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수요 다소 반등
전자·전기 불투명 (-) 미국 정부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로 글로벌 5G 인프라 구축 지연
(+)5G 보급에 따른 장비(스마트폰) 교체 수요 증가
석유화학 불투명 (-)미중 무역분쟁 심화, 중국 경기부양책 불투명, 글로벌 공급 확대 
(+)IMO2020 발효로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수요 확대
조선·기계 호조 (+)LNG선 수요 확대, IMO2020 발효로 친환경선 수요 증가
(-)중국 건설기계 시장 축소
자동차·부품 호조 (+)미국 시장 실적 반등, SUV 신모델 출시 효과 지속, 원화 약세에 따른 실적 개선
(-)중국 정부 자동차 수요억제 정책 실시


◇ 맑음- 조선기계·자동차

자동차 업종과 조선·기계 업종은 대체적으로 맑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조선업종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우리나라가 굳건한 경쟁력을 확보한 가운데 세계적 LNG 수요 증가, ‘IMO 2020’ 환경규제 등으로 관련 선박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원만히 마무리되면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업종은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건설기계 시장 축소 등으로 다소 악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기준 LNG선 국가별 수주잔고 점유율은 한국가 83.9%로 중국(8.9%), 일본(6.3%)을 제치고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0.8%로 역성장했지만 올해는 판매량과 이익률이 +1.6%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며, 대형 SUV 신모델 출시로 하반기 추가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국내에서도 펠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 신모델 출시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원화 약세도 실적 개선에 다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중국 정부가 인구 1000명 당 200대 수준으로 자동차 보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면서 중국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제조업 분야인 건설업도 대체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전망됐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주택규제 영향으로 지난해 물량이 올해 이연되면서 분양물량이 집중됐고, SOC 확대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의 호재로 전반적 호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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