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베트남산 TV 수입 금지" 촉구...삼성, TV 1위 입지 흔들리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8 10:55

인도 ICEA "삼성 베트남산 TV 수입으로 자국 TV 생산 위협"

▲지난 4일 인도 뉴델리 쇼핑몰 디엘에프 엠포리오몰에서 진행한 삼성 QLED 8K TV 출시 행사. (사진=삼성전자)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가 베트남 티비 수입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면서 삼성전자의 베트남법인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법인에서 생산해 인도에 수출하는데, 인도는 삼성전자로 인해 자국 TV 생산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 모바일가전협회(ICEA)는 지난 11일 니르말라 시타라만 재무부 장관, 라비 샨카르 프라사드 통신부 장관 등에 서한을 보내 베트남산 TV 수입을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판카지 모힌드루 ICEA 회장은 서한을 통해 "베트남산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도의 TV 생산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최소 100억 루피(약 1600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을 막고 수입 구조의 변화를 꾀해달라"고 강조했다. 

만일 인도 정부가 이 서한을 수용할 경우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인도가 베트남에서 수입한 TV는 150억 루피(약 2500억원)로 1년 사이 25배나 급증했다. ICEA는 지난 3개월간 수입량과 가격 등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을 늘리면서 TV 수입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TV 생산라인을 철수하고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한 물량을 수입하면서 인도에서 1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고 ICEA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ICEA의 이같은 요구를 정부가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앞세워 전자제품 관련 부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반제품 형태로 들여오는 오픈셀 디스플레이에에 5% 관세가 매겨졌다. 전 세계에서 오픈셀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중국과 인도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보호무역주의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맞물리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중국 샤오미, TCL 등 후발 업체들은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샤오미 TV 가격은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에 삼성전자도 인도 TV 가격을 20~30% 낮추는 방식으로 중국 업체들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현지화 전략 등을 바탕으로 인도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만큼 단순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정책'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13년 연속 인도 TV 시장 1위를 기록했다. 55인치 이상 분야에서도 점유율 47%로 선두다. 업계는 인도 TV 시장 규모가 매출액 기준 2018년 39억2000만 달러(약 4조6000억원)에서 올해 42억 달러(약 5조원)로 7%가량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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