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시장 개편 밀실행정?...사업자는 벙어리 냉가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8 14:04
-전력거래소, 수요반응자원(DR)시장 개편 추진중
-기본급 개편 포함해 전반적 제도 바꿀 전망, 내년 1월 시행 예정
-수요관리사업자들 "1년 째 개편방향 공지, 의견 수렴 없어"
-"제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6개월 만에 새로운 규칙 적용하는 것은 무리"
-전력거래소 "조만간 사업자들과 간담회, 다양한 의견 수렴할 것"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수요관리 정책의 핵심인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거래시장’의 운영규칙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업자들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6월부터 DR시장 이행률과 기본정산금 조정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운영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DR시장 평균이행률이 2017년 79.3%에서 2018년 81.1%로 기존의 111%(2014년), 94.1%(2016년)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행률은 정부의 감축 요청량 대비 실제 감축량을 의미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기준 상향 등 규칙 개정으로 수요반응 시장의 효율성 향상과 안정적 전력 수급에 기여하고 부적절한 시장 참여 행위에 관한 감시 및 관리 기능 강화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제로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들과의 소통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요관리사업자는 "내년 1월부터 새로운 시장규칙이 적용된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들은 게 없다"며 "시장 개편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자 자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온 사업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의견이 있더라도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는 사업자 입장에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의 저마진 혹은 ‘노마진’ 계약으로 출혈경쟁이 이뤄지는 상황 등 시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사업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방치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사업자들을 배제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업자 역시 "내년 1월은 너무 빠르다. 6개월이면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업자들은 4000여개의 고객사에 바뀐 내용을 설명하고 계약도 모두 다시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가 시장에 적응할 기간을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률 개정안도 시행시기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물리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간을 감안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사업자들에게 전반적인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설명을 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이 안된 상태"라며 "조만간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거래시장은 전력의 안정적 수급과 기업의 효율적인 전력관리를 목적으로 2014년 출범했다. 현 정부 역시 공급 위주 전력수급 정책을 탈피하고 수요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DR시장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DR은 ‘아낀 전기만큼 전기사용자에게 돈으로 돌려주는 제도’로 기업들은 용량 발굴과 감축 관리를 하는 수요관리사업자를 통해 DR시장에 참여한다. 정부가 전력감축 요청하면 전력을 아끼고, 그에 따른 정산금(기본급+실적금)을 수령하는 구조다. 지난해까지 3822개 기업이 참여, 약 4.2기가와트(GW)의 용량을 확보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약 4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제로 4.3GW 규모 DR과 동일 규모 LNG 발전소 운영 비용을 비교해 보면 DR은 3454억원의 비용이 드는 LNG발전소 용량요금보다 1600억원이나 절감하는 효과를 가진다. 4GW의 발전소 건설에 4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 제조설비 등을 활용하는 DR의 경제성은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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