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ESS 위험성' 보고했으나...정부 '묵살' 확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8 15:14

경산 ESS 화재 후 한전, 지난해 8월 산업부에 보고서 제출
산업부, 5개월 경과한 올해 1월 민관조사위 꾸려
"바로 수사 착수했다면 23건 화재 줄일 수 있었을 것"

▲지난 1월 울산의 한 가스 공장 ESS 설비에 불이 나자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정부가 에너지저장장치 (ESS) 화재와 관련,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전력이 ESS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정부가 이에 즉각 대응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고서를 토대로 바로 수사에 착수만 했어도 23건에 달하는 화재 건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보고서를 받고 5개월이 지나서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렸다.

18일 한국전력공사 기후변화대응처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8월 경산화재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전력공사 기후변화대응처는 2018년 8월 경산화재 보고서를 제출했다. [자료제공=김규환 의원실]


경산 화재는 지난해 5월 2일 154kV 경산변전소에서 발생했다. 피해규모는 PCS 컨테이너 1대, 배터리 컨테이너 1대 등으로 약 23억 8700만원에 달한다. 한전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산 #8-2-6번 스위치기어 박스 내에서 발생한 고장은 DC컨택터 자체 불량에 따른 절연파괴 후, 그 충격으로 동대와 외함간 단락이 발생하여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 의원실은 "한전보고서가 의미 있는 이유는 화재가 난 배터리를 가지고 조사를 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며 "다른 사고의 경우 배터리 제조사가 화재 후 제품을 수거해갔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산 ESS화재는 2번째 발생한 사고이다. 8월에 관련 보고서가 제출될 때 까지 화재는 총 7건 발생했다. 정부가 보고서를 토대로 바로 수사에 착수했다면 이후 16건에 달하는 화재 건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 즉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3일이 되서야 전기, 배터리, 소방 등 분야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렸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사고조사위는 이 상황을 모사해서 재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케이스는 (목격자가 있는 상황이라) 목격자의 증언과 화재환경을 이미 한전 측에서 면밀히 조사해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상태였다"며 "심지어 민관조사위 발표 자료에서는 한전의 문건을 참조했다고 밝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23건의 화재에 대해서 사고조사위가 열람한 일종의 레퍼런스들이 있을텐데 이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민관조사위가 발표한 ESS 화재사고 현황에 따르면 사고원인이 없다.
 

사고유형 항목에는 ‘설치 중/(보관), 수리/점검 중, 충전 후/휴지 중’ 등의 설명만 나온다. 이번에 발표한 민관조사위 자료 어디에서도 사고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셈이다.

박 교수는 "(민관위) 보고서에는 사고환경만 나와있고 사고유형에 대한 내용이 없다. 사고유형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내지 않은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류측 단락 같은 경우는 경산 사고 케이스인데 문제는 민관위가 보고할 때 23건의 사건이 각기 어떻게 일어났는지 분석이 없다. 분석불가 등의 디테일한 분석이 필요하다. 발표 보고서에서는 사고유형으로 직류측 단락, 전선소손 등 몇 가지 원인이 있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갑자기 설치 중, 수리 중 등으로 표시한 것은 사고유형을 분석한 내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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