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8월 고용창출 성적표' 공개 앞두고 스트레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8 16:00

금융권 "숫자 늘리기 급급할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 환경 마련해줘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8월 공개 예정인 금융권 일자리 창출 효과를 두고 "금융회사 평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일자리 창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사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채용 규모가 줄 수밖에 없는 가운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일자리 창출 효과 측정이 금융회사 평가 목적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미 희망퇴직자를 늘려 신규채용을 늘리라고 하는 분위기지 않느냐"며 "금융사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6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창출된 일자리를 파악해 측정 결과를 8월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민간금융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이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최 위원장은 14일 5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 창출현황 측정이 말 그대로 금융권의 일자리 효과를 측정하는 것일 뿐 "개별 금융회사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주도해 금융권 일자리 창출 효과를 파악하는 만큼 금융사들은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이 또다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최 위원장이 "희망퇴직 규모를 확대하고 청년 채용을 늘려라"고 주문하며 시중은행들이 신입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은행권은 정부의 연이은 압박해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은행권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데 이처럼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토로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4대 은행인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의 기간 정함이 없는 정규직 임직원 수는 총 5만6120명으로 전년 동기의 5만6889에 비해 769명(1.4%)이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만3109명에서 1만2669명으로 440명(3.4%) 가장 많이 줄었고, 국민은행이 1만6745명에서 1만6474명으로 271명(1.6%), 우리은행이 1만4094명에서 1만3990명으로 104명(0.7%) 줄었다. 신한은행만 1만2941명에서 1만2987명으로 46명(0.4%) 소폭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비대면 채널 증가, 무인점포 증가 등으로 지점 수는 줄고 있고 영업 인력에 대한 필요가 줄고 있다"며 "희망퇴직 인력의 빈자리를 청년 채용을 채우라는 것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단순한 접근법인데,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만 늘리는 것이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영업 인력보다는 디지털 확대에 따른 시스템을 관리하는 디지털 전문 인력이나 PB 등 전문직에 대한 인력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단순 남녀, 정규직, 계약직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와 분야별로 세심한 분석을 통해 인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채용인력 수 늘리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신규 인력이 필요한 분야를 확대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금융권은 각종 규제로 인해 새로운 사업 진출이 어려운데, 규제 완화부터 시작해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포화된 대형 금융회사들에게 신규 채용 창출만을 요구하는 것은 단기간 성과를 내는 데만 매몰된 임시방편인 만큼 새로운 금융사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환경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할 때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 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상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조사가 고용 창출 효과를 보기 위한 취지라고는 하지만 금융위에서 은행들의 채용 규모에 대해 눈여겨 보고 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채용을 확대한 금융권이 고용 규모에 변화를 주지 못하도록 제어하려는 효과도 볼 수 있는 만큼 금융권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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