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자 청문회 참여 통해 국회 복귀 시사...실익은 불투명
![]() |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인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합장하고 있다. (사진=연합) |
지난 5월 초 여야 대치 상황이 극에 달할 때,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이 원내대표는 바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방문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될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평소 교과서같은 발언으로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던 나 원내대표의 ‘과감한’ 멘트에 기자들도 술렁거렸다.
나 원내대표는 또한 "그동안 형님을 모시고 여야협상을 했는데 동생이 오셨다"며 이 원내대표를 적극적으로 반겼다. 이 원내대표는 1964년생으로 1963년생인 나 원내대표가 ‘1살 누나’다. 까칠하기로 소문난 나 원내대표로서는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어휘를 동원한 것이다. 그리고 나 원내대표는 "오늘 이 원내대표와 역지사지를 해보려고 민주당 색깔(푸른색)의 자켓을 입고 왔다"며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니 너무 한꺼번에 만나서 다 해결하려고는 (하지말자)"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도 "어떻게 첫술에 배가 부르겠나"며 "같이 지혜를 모아보자"고 화답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케미’가 잘 어울린다며 국회 정상화의 가능성을 섣부르게 예측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그 뒤 한번도 연출되지 않았다. 지난 18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 때도 나 원내대표는 의도적으로 이 원내대표의 눈길을 피하는 장면도 있었다. 나 원내대표로서는 이 신임 원내대표와의 협상에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였지만, 역시 당 차원의 대립은 다른 문제였다. 이 원내대표가 청와대 눈치를 너무 본다는 게 나 원내대표의 솔직한 심경이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나 원내대표는 그렇게 ‘예쁜누나’가 되지 못했고, 밥 한번 제대로 못 사준 이 원내대표와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됐다.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는 나 원내대표는 당 내부에서도 등원론이 점차 우세해지면서 일단 국회 정상화에 발을 들여놓는 모양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이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재촉하는 한 수가 될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는 윤석열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찰총장 임명을 저지해야 한다며 국회 복귀를 시사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손익분석을 해보면 나 원내대표가 얻은 실익은 거의 없다. 4월 중순 이후 두달이 넘게 국회를 공전시킨 것에 대한 명분이 없다. 여론의 지지를 먹고 사는 야당으로서는 이번 여야 대치 정국이 그렇게 호재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여당의 압박에 윤석열 후보자를 지렛대로 그냥 등원 명분을 찾았다는 점은 나 원내대표로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야당의 치밀한 전략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이끌려 할 수 없이 등원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윤석열 후보자 청문회에 참여하더라도 흠집내기식 공격만 할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윤 후보자와 그 배우자에 대한 ‘팩트 청문회’가 되지 않는다면 여론에 떠밀려 등원한 나 원내대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외투쟁 때 빨간 카페트 위를 우아하게 걸으며 손을 흔들던 나 원내대표가 그동안 너무 흥분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본인도 복기를 해보고 있을 것 같다.
[에너지경제신문 성기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