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이 계열회사 제로투세븐에서 3세 승계 작업을 위한 실마리를 찾았다. 제로투세븐의 화장품 브랜드 ‘궁중비책’이 한국·중국 등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지분율이 높은 장남 김오영씨 등이 운신의 폭을 넓히게 된 것이다. 아직 경영수업 등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홀딩스 지분율을 높일 길을 열었다는 점 만으로도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19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김정완 회장은 지난 2017년 매일유업을 사업회사와 지주사(매일홀딩스)로 나누고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매일홀딩스는 연결대상 종속회사로 매일유업, 상하농원, 크리스탈제이드코리아, 레뱅드매, 엠즈씨드 등을 거느린다. 유아동복 제조·판매 업체 제로투세븐(지분율 21.32%) 등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투명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지만 3세 승계를 위한 밑그림은 그려두지 못했다. 1957년생인 김 회장은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김오영씨는 매일홀딩스 721주를 들고 있어 지분율이 0.01%에 불과하다. 핵심 자회사인 매일유업 주식도 802주(0.01%) 보유했을 뿐이다. 반면 김 회장은 매일홀딩스 지분율이 38.27%에 달해 지배력이 단단하다. 이 회사 2대 주주인 김인순 명예회장(14.23%)은 김 회장의 어머니다.

대신 3세인 김오영씨는 계열 상장사인 제로투세븐 지분율이 6.56%(131만 4790주)에 달한다. 이는 김정완 회장의 동생인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6.94%)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정완 회장의 장녀인 김윤지씨 역시 이 회사 주식 45만주(2.25%)를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로투세븐에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이회사의 매출액은 2163억 원, 1843억 원, 1753억 원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액도 각각 63억 원, 25억 원, 47억 원에 달한다. 유아동복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화장품 브랜드 ‘궁중비책’이 성공하며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궁중비책은 특히 중화권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홍콩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드럭스토어 ‘사사(SASA)’에서는 영유아 카테고리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스테디셀러 상품인 ‘모이스처 크림’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의 싹쓸이에 힘입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일부 면세점에서는 모이스처 크림을 ‘줄서서 사는 베이비 크림’으로 부르기도 했다.

궁중비책 워터풀 선로션. (자료사진)


국내에서도 자연 유래 성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부각되며 주목받고 있다. 크림 라인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여름이 다가오며 선케어 제품들도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궁중비책이 지난 4월 내놓은 ‘순딩자차 선로션’은 3개월여만에 국내외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했다. 제로투세븐의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2배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벌써부터 거론된다. 김오영씨가 제로투세븐 지분을 실탄으로 삼아 매일홀딩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이 보유한 매일홀딩스 지분(3.17%)과 교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향후 김정완 회장과 김인순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받더라도 상속세 납부를 위한 현금 마련이 필요하다. 다만 특수관계인들끼리 지분을 교환할 경우 패널티가 많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김오영씨가 아직까지 매일홀딩스·매일유업 등과 인연을 맺지 않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그는 신세계그룹에 입사한 이후 평사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매일홀딩스 지분율을 높인다 해도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주주로 남을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일유업은 지주사 전환 이전에도 모범적인 형제·사촌 경영 기업으로 유명했다"며 "지분 승계 과정에서 큰 변수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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