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발행 10주년 "전체 유통 화폐의 84.6% 차지…1000원·1만원권 제쳤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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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발행 10주년을 맞은 5만원권이 다른 권종을 누르고 가장 많은 발행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조사비로 5만원권이 많이 쓰이게 되며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자취를 감췄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5만원권은 98조2000억원으로 금액 기준으로 전체 은행권(지폐)의 84.6%를 차지했다. 장수 기준으로도 2017년부터 다른 지폐들을 제쳤다. 5만원권은 지난달 말 현재 19억6000만장(36.9%)이 유통되고 있어, 1000원권(16억장), 1만원권(14억8000만장)을 넘어섰다.

5만원권은 10만원권 수표의 발행 부담과 사용 시 어려움을 줄이고 1만원권 여러 장을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없애자는 취지로 도입돼 2009년 6월 23일 공식 유통을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경제 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 국민들은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원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만원권의 용도로는 일상적인 소비지출에 43.9%, 경조금에 24.6%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5만원권 지폐에 거의 대체됐다. 10만원 자기앞수표 교환 장수는 2008년 9억3000만장에서 지난해 8000만장으로 대폭 줄었다. 사용할 때 뒷면에 신원 등을 배서해야 하고, 받는 쪽에서도 신분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자기앞수표의 불편함을 5만원권이 대체한 것이다.

하지만 5만원권이 범죄수단에 악용되거나 비자금 조성 등 지하경제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 한 해 동안 5만원권 발행액에 견준 환수액을 나타내는 환수율은 67%로, 1만원권(107%), 5000원권(97%), 1000원권(95%)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제규모가 계속 커지고 경제생활에서 5만원권의 사용이 늘면서 환수액이 발행액에 미치지 못할 개연성은 있지만,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각종 뇌물수수나 비자금 조성 등 부정부패 사건이 드러날 때 5만원권을 가방이나 쇼핑백 등에 담아 전달했다는 수사결과가 빈번히 나오기도 했다.

한은은 주요국 통화와 비교할 때 5만원권의 액면가치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테러 및 범죄은닉 자금 등으로 빈번히 사용된 500유로권(약 66만원) 등 해외 고액권과 비교하면 5만원권은 액면가치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3.1%에서 2015년 19.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5만원권 사용이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현금 없는 매장 등이 나오면서 사용량 증가속도는 둔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화폐 발행 추이를 보면 5만원권 발행액은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다만 단기간에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회적 약자의 지급수단 확보 및 재난 대비 등의 차원에서 현금의 유용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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