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정제마진 약세·PX 공급과잉 등, 정유화학 업체들도 허덕
"유가 저점" 원유 기초자산 DLS 매력 부각되며 발행액 쑥

(사진=연합)


한국전력 등 국내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주식보다는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를 주목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DLS에 자금을 넣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는 다른 기초자산에 비해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동성이 심한 만큼 분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한전, 2분기도 적자 지속..."누진제 개편안 통해 부채비율 확대"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정유, 석유화학, 유틸리티 등 2분기 국내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한전이다. 한전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4908억원, 당기순손실 8047억원으로 작년 2분기(영업손실 6871억원·당기순손실 9186억원)에 이어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영향으로 한전 주가는 연초 이후 25% 급락했다.

(자료=에프엔가이드)


특히 정부가 전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3가지 가운데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부담을 완화해주는 ‘누진구간 확장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채택하면서 한전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을 둘러싼 불안요소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전력수요 제한 및 발전설비 확대 정책, 전력구입비 연동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과중한 비용 부담으로 한국전력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다"라며 "이미 연결기준 180%를 넘어선 부채비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정유·화학주도 상황이 좋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8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S-0il과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등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2분기에 비해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제마진이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석유화학 대표제품인 파라자일렌(PX) 공급 과잉, 에틸렌 스프레드 축소 등 각종 악재가 맞물리면서 2분기는 물론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낮추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에 대해 "향후 수년간 지속될 미국발, 중국발, 정유사발 석유화학 증설의 물결을 감안하면 주요 제품의 시황은 장기간 하락기에 진입할 전망이다"며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 "유가 추가하락 가능성 낮다"...DLS 발행액 껑충

이렇듯 국내 에너지 대장주들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에 주목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현재까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최근월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액은 2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개월(4월 19일~5월 17일) 발행액(807억원)보다 무려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2019년 5월 18일부터 6월 18일까지 1개월간 DLS 기초자산별 발행금액. WTI OIL 최근월선물과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액이 1개전에 비해 급증했다.(자료=예탁결제원)


브렌트유 최근월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액은 2435억8197만원에 달했다. 올해 1월 2일부터 5월 17일까지만 해도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액은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DLS를 주목하고 있다. WTI는 1월 2일 배럴당 46.54달러에서 4월 23일 66.3달러로 연중 고점을 찍었다. 이후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등이 맞물리며 이달 현재 53.9달러로 연중 고점 대비 무려 18% 넘게 급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재 유가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과거부터 ELS나 DLS를 대상으로 투자를 해왔던 분들은 원유 DLS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보다 수익이 높은데다 현재 유가가 바닥이어서 더 하락할 위험은 없다는 점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키움증권은 예상수익률 세전 연 11%의 유가 연계 ‘제116회 DLS’를 내놓기도 했다. 기초자산은 EUROSTOXX50지수와 WTI선물, 브렌트유선물이며 낙인배리어 50%, 만기 3년이다. 작년 12월 발행했던 국제유가 연계 DLS가 연속 조기상환에 성공하자 이번주 다시 국제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를 내놓은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신탁 상품에 사모형 DLS를 많이 편입하면서 전체 DLS 시장 볼륨도 커졌다"고 전했다. 

최근 3개월간 WTI 추이.


전문가들 역시 최근 유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만큼 이를 DLS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이 일반적으로 배럴당 50달러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WTI가 현재 유가의 50% 수준인 27달러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는 주식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매우 크고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인 만큼 분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는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토대로 적정 주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국제유가는 적정 가격이 없고 수급도 커서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절대 큰 금액을 투자하거나 위험을 노출시키지 말고 적정한 금액을 투자해서 언제든지 가격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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