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문제 해결없이 ‘2030 제조업 르네상스’ 어렵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19 16:29

민간 180조원·정부 R&D에 8조여원 투자 계획
노동·자본·토지 대한 각종 규제 해결없인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안산 동양피스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피스톤 가동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발표하면서 제조업을 발판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강의 기적’에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불황과 미중 무역분쟁, 각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의 암울한 국제정세와 각종 규제가 난무한 국내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할지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19일 신산업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 주력산업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통해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관계 부처와 민간이 협력해 기술, 금융, 투자 등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제조업 르네상스는 정부가 민간 전문가와 함께 2030년 한국의 산업구조가 어떻게 갈지에 대한 비전을 그린 것"이라며 "최빈국에서 수출 6위로 올라선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서 4위를 달성해보고자 하는 과감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 제조업 위기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발표한 데는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던 제조업이 정체기를 맞았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제조업은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출의 90%, 설비투자의 56%를 차지하는 성장 엔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환경규제, 중국의 약진 등 글로벌 환경이 변하면서 우리나라 제조업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10년간 새롭게 성장한 신산업은 거의 없었고, 그간 우리나라 성장을 이끈 주력산업의 수출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 세계 제조업은 스마트, 친환경, 융복합이라는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10인 이상 제조기업의 11.8%에 해당하는 7903개 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긴 했으나 이 가운데 고도화 스마트화 공장은 전무하다. 산업체 밀집 지역은 오염물질로 몸살을 앓고 있고 전기·수소차,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친환경 상품은 기술력에 비해 확산이 잘되지 않았다. 기술, 인력, 금융 등 제조업을 둘러싼 산업생태계도 제조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기는 역부족이다. 

제조업
◇ 신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정부는 세계 4대 제조강국(수출규모 기준)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신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기존 주력산업은 혁신을 통해 탈바꿈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은 민간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로 했다. 민간은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후 8조4000억원 규모의 R&D를 추진한다. 또 수소충전소나 바이오산업 5대 데이트플랫폼 등 신산업 관련 인프라를 선제 구축하고 제조 정비를 병행해 신산업의 성장기반을 조성한다. 빅데이터 플랫폼, 인공지능(AI) 허브,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등 이른바 ‘유전자(DNA) 인프라’도 집중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주력산업은 산업군별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유망 품목으로 전환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는 적기 대규모 투자, 차세대 기술선점 지원 등을 통해 초격차를 이룬다. 자동차와 조선은 친환경·스마트화로 재도약을 추진하고, 섬유·의류·가전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첨단 스마트산업으로 육성한다. 소재·부품·장비산업에는 예타를 거쳐 100대 핵심기술 개발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한다.


◇ 공장은 스마트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자 스마트화·친환경화·융·복합화에도 발 빠르게 나선다. 중소기업 대상 스마트공장을 2022년까지 3만개, 스마트산업단지를 2030년까지 20개 조성하고 제조업에 AI를 전면적으로 접목해 AI 기반 산업 지능화를 추진한다. 친환경차·선박, 공기산업, 에너지신산업 등 친환경 시장을 공략할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 수요창출을 지원하면서 클린팩토리·청정제조산업단지로의 전환을 유도해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한다.

자율운행 자동차·선박, 스마트 의류·가전, 서비스 로봇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합 신상품은 핵심 기술개발과 공공 실증을 통해 사업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규제샌드박스, 규제자유특구를 활용해 규제는 완화한다. 정부는 제조업 르네상스가 착실히 이행된다면 제조업 부가가치가 2018년 511조원(2010년 불변가격 기준)에서 2030년 789조원으로 54.4%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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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적 문제 해결은 빠져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신산업 육성, 공장의 스마트화 등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은 중국, 독일, 일본 등 우리나라 주요 경쟁국들은 이미 시작했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민간을 통해 180조원 투자하고 정부가 R&D로 8조여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업들도 돈을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해 그는 "기업가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통한 창의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데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심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구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 등 여러 가지 규제로 빅데이터 구축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을 위해서는 노동, 자본, 토지의 3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 토지 역시 각종 수도권 규제로 개발이 어렵다. 자본은 담보 중심의 대출이나 핀테크 규제로 일반 중소기업은 자금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적 갈등 등을 우려해 이런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돈만 투자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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