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제 셰일가스 세미나] "미국 셰일가스 생산여력 충분해도 지역갈등으로 어려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21 14:22

미국 전문가들과의 대담 지상중계 - 上

▲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 국제세미나의 본 세션에 앞서 진행된 전문가 대담이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왼쪽부터 에너지경제신문 정우진 부사장, 허은녕 한국자원경제학회장, 박희천 인하대 명예교수, 피터 하틀리 미국 라이스대 에너지학과 교수, 도널드 디 리플 툴사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등이다. 뒷모습은 에너지경제신문 성기노 기자와 권세진 기자. (사진=에너지경제신문)


한국자원경제학회가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신문이 주관한 2019 한국자원경제학회 국제세미나가 ‘미국 셰일가스의 영향과 에너지 전략의 재편’ 이란 주제아래 20일 서울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는 총 두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로 ‘미국 셰일가스 수출 및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두 번째는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 셰일가스 수출의 영향과 에너지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에너지경제’는 본 세션에 앞서 셰일가스의 세계적인 권위자로서 이번 세미나에 공식 초정된 피터 하틀리 미국 라이스대 에너지학과 교수와 로널드 디 리플 툴사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미국 셰일가스 시장 전반과 한국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허은녕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과, 박희천 인하대 명예교수(자원경제학회 전임 회장),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가 대담자로 같이 참여해 에너지 전반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한국 교수진들과 에너지경제 기자 2명이 주로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에너지 선진국인 미국의 전문가들이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국 셰일시장의 현재 상황과 한국의 에너지 정책 전환, 에너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등의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됐다. [편집자주]

▲하틀리 교수(가운데)와 리플 교수(맨 오른쪽)는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 전환 가운데 탈원전은 현 정부의 명백한 실수라는 입장을 보였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최근 에너지 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미국 셰일가스다. 미국산 셰일가스 첫 물량은 지난 2017년 7월 1일 가스공사 통영기지에 들어온 것이었다. 대한해운의 LNG 운반선 이글호에 실려온 7만 4000t 규모의 가스가 미국에서 들여온 최초의 ‘셰일’이었다.

셰일가스는 미국에게는 두 가지의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자급자족국으로 거듭났고, 기후변화협약 대응에도 효과적이었다. 미국정부는 국내에 싼 전기를 공급해줄 수 있는, 거의 무한정의 셰일가스를 내수용으로만 쓰자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셰일가스 수출을 허용했다.

바로 여기서부터 미국 셰일가스 여파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서 천연가스와 에너지 시장 전반을 변혁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17년 첫 셰일가스 도입 뒤 2018년에는 최고 수입국에 올랐을 정도로 이와 인연이 깊다.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도 대량으로 미국 셰일가스를 수입중이다.

미국의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그 판도는 거세게 바뀌고 있다. 기존 LNG 시장이 유럽 중동이 주도해 불공정한 계약이 많았지만 수입국들은 안보 등의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식’ 계약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미국산 셰일가스는 기존의 계약관행을 뒤엎고 다양한 무역조건과 시장참여 방식을 내세워 기존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판매루트는 한국에게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거래처인 카타르 등과 비교할 때 호조건의 수입 방식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우리로서는 더 많은 수입처로부터 다양한 가격 옵션으로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셰일가스가 적극적으로 개발되면서 다양한 신규 사업이 생겨나고 있는데, 한국의 우수한 에너지 기업들이 그 미국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해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의 도입으로 세계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고, 한국도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안보측면만의 에너지가 아니라 비즈니스 차원의 에너지 인식 전환을 이루자는 두 가지의 관점을 가지고 미국학자와의 대담을 진행했다. 


Q. 허은녕 교수(이하 허):셰일가스 개발 기술은 보편화되었지만 미국의 테크놀리지는 가격 경쟁력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들었다. 셰일 추출 방식은 어떤 것인가?

피터 하틀리 라이스대 교수(이하 피):피터:셰일가스는 특정한 암석층에서 나오는데 그것에서 추출하는 게 매우 어렵다. 먼저 굉장히 높은 수압의 물을 쏴서 바위에 틈을 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모래를 넣어 그것이 닫히지 않게 한다. 그렇게 열어 놓은 상태를 유지하면 천연가스가 서서히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그것을 추출하는 게 기본 원리다. 그런데 그 깊이가 지하 1~2km에 이른다. 엄청난 기술이다.

로널드 디 리플 툴사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이하 로):지하 깊은 곳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기술이 충분치 않으면 그 틈새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닫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생산성이 관건이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싸게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은 미국이 독보적이다.

Q.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이하 강):중국도 셰일가스가 상당히 많이 매장돼 있다고 들었다.

피:중국도 셰일가스가 많다. 문제는 중국의 셰일이 매장된 지층 구조가 미국과 다르다는 점이다. 암반 지층이 평평하지 않고 구불구불해 생산하기가 무척 어렵다. 지층 구조가 평평해야 수평으로 뚫고 들어가기가 쉬운데 구불구불 하다 보니 굽어진 틈 사이로 물이 새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성공적이지 않다고 들었다. 두 번째는 중국 셰일가스가 주로 사막지대에 묻혀 있다는 점이다. 셰일가스 추출의 핵심은 충분한 량의 물이다. 높은 수압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량의 물이 있어야 하는데 사막지대에 물이 별로 없지 않나. 그래서 퇴역한 소방차로 물을 수송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셰일가스 추출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다.

로:셰일개발을 잘 하고 있는 곳이 아르헨티나다. 한번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추출해서 운반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다. 중국은 잠재력이 있지만 기술이 아직 그것을 못 따라 간다. 호주 업체 중에서도 셰일가스를 추출할 수 있는 업체가 2곳 있다. 호주는 셰일가스 수출 잠재력이 큰 국가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과 추출 인프라를 갖춘 곳은 미국이 단연 앞선다. 지금도 셰일가스 추출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Q. 허:미국이 장기적으로 한국에 안정적으로 천연가스 공급할 수 있나?

로:충분하다. 생산량 예측이 있고 수요량 예측이 있는데 수요량 예측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생산량 예측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지금 현재 가격이 낮은 상태라 모든 회사들이 코스트 다운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게 합쳐져 가격이 오르게 되면 생산량이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거의 대부분 수출하기 때문에 미국 국내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한국에 수출하는 량이 적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피:미국 셰일가스 시장은 매우 밝다. 그런데 한 가지 약간의 부정적인 면이 있다. 바로 국내 요인이다. 미국이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데 하나의 부정적 요소는 바로 파이프라인이다. 새로운 천연가스가 생산되면 그 지역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새로 깔아야 한다.

문제는 그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셰일가스가 많이 나는 지역은 텍사스와 펜실베니아 지역 등이다. 텍사스는 곧바로 해안과 연결돼 있고 워낙 많은 량이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기지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 주 안에서 파이프라인을 깔고 하면 끝나는 문제다. 하지만 펜실베니아는 파이프라인이 메릴랜드 등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그쪽 주변 주들이 전부 반대한다. 통과세나 환경세를 내놓고 가라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미국 내에서 실제로 이슈가 되고 있다. 셰일가스를 많이 수출하고 싶어도 파이프라인을 충분히 못 깔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셰일가스가 나지 않는 메릴랜드 주에서는 ‘우리가 셰일가스를 더 쓰게 해줘라. 그러면 우리 전기가격도 더 내려갈 것 아닌가. 수출 위해 파이프라인만 깔면 우리는 혜택이 없다’며 반대여론이 비등하다고 한다. 하지만 셰일가스 업자 입장에서 보면 수출을 하면 훨씬 더 이익이 많이 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를 꺼린다. 지금 이 논쟁이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 극대화를 위한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충분하지만 생산해서 수출하기까지의 변수가 바로 주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이다.

로:가스가 많이 남는데 가스를 보낼 파이프라인이 모자란다는 게 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보편적 편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내국인을 위해 가스를 공급할 것인가, 아니면 사업 측면만 보고 수출용으로만 계속 고집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파이프라인이 모자라는 것 때문에 각종 규제가 생겨서 생산해서 수출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 하는 게 현재의 미국 셰일가스 국내시장 문제다. 가스를 전부 차로 이동시키는 것도 경제성이 없으니 좀 골치가 아픈 문제다.

피:보스턴 지역이 겨울에 너무 추워서 펜실베니아의 천연가스를 공급받으려 했는데 가운데 낀 뉴욕주가 그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보스턴은 천연가스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했다고 한다. 작년 1월의 이야기다. 에너지가 얼마나 정치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에너지경제신문 성기노·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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