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21일 이사회에서 누진제 완화 보류...전문가들 "매우 이례적 사안" 지적

김종갑 사장은 최근 싱가폴에서 해외 주주들 반발 듣고 와...ISD제소 가능성 제기

국내에서도 소액 주주들이 배임혐의로 고소 검토

법조계 "한전이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해야 배임 면할 것"

김종갑 사장, 취임 후 줄곧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팔고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 해야"

한전이 최근 개최된 정기 이사회에서 정부의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 완화 최종안’을 보류키로 결정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항으로 떠올랐다.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이 전기요금 현실화를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에서 배임혐의로 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21일 개최된 정기 이사회에서 정부의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완화 최종안’을 보류키로 했다. 이사회에서는 1년 넘게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누진제 완화가 확정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00억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의 정책을 따르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국내외 주주들이 배임혐의로 고소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에 무작정 따를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한전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개편안을 이사회가 의결한다면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최근 한전은 이사회가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로펌에 의뢰했다. 소액주주들이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 경우 승소 가능성과 이를 임원 배상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도 질의했다. 한전은 배임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배임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한전이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서 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당연히 배임이 될 수 있다"면서 "회사의 이사나 경영진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충실히 경영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공기업이긴 하지만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식회사법이 적용된다"며 "공공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경영진이 수익성을 등한시하는 결정을 내리면 배임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누진제 개편 결과보다는 한전 사장이 최선을 다해서 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경영진이 전기요금을 현실화화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정부가 반대할 경우에는 한전의 배임이 아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 해외주주들, 정부상대로 제소할 가능성도 배제못해

김종갑 한전 사장


업계에서는 이럴 경우 해외주주들이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Investor-State Dispute)’를 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송보다 ISD가 진짜문제"라며 "업계에서는 김종갑 사장이 최근 ‘투자자관계·기업설명활동(IR, Investor Relations)’차 홍콩과 싱가포르에 갔다가 연기금, 펀드 등 해외 주주들한테 완전히 깨지고 왔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알려졌다"고 말했다. 한전은 뉴욕증시에 상장돼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누진제 완화를 비롯해 원전가동률 저하로 인한 손실 등 해외주주들이 ISD를 걸면 한국정부가 100%진다고 본다"며 "지금껏 왜 해외주주들이 가만히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최근 정황을 보니 적자기간이 길어지고 누적손실액이 커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제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외주주들은 최소투자로 최대이익을 노리는데 지금 정부와 한전의 행보대로라면 주가도 계속 떨어지고 누적손실도 커지게 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을 걸면 그만큼 손해배상 청구액도 커진다는 것이다. 한전의 주식은 정부가 약 50%, 외국인 주주가 30%, 국내주주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은 2016년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2080억 적자를 보며 6년만제 적자 전환했다. 더 나아가 올해 1분기에는 사상 최대인 6299억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폭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한전의 주식은 정부가 약 50%, 외국인 주주가 30%, 국내주주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전력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의 누진제 완화 보류는 김종갑 사장이 정부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한 부분이자 촉발제이고 근본적으로는 김 사장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김종갑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을 올려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며 "그런데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콩(연료비)으로 두부(전기요금)를 만드는 과정에서 콩 가격이 오르더라도 두부 가격을 올릴 수 없는 현실을 비유한 것이다. 또한 김 사장은 "소비왜곡이 이만 저만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사례"라며 도매가격 연동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국제원자재 가격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도매가격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 누진제로 부담을 더 지라고 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이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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