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현대오일뱅크·석유공사 협력 강화…"美 견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26 12:21

현대오일뱅크 장기 원유 공급 계약
석유공사 원유 저장설비 MOU 체결 검토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사우디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한국석유공사 등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한다.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고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에서 지배력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와 원유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아람코에 정통한 소식통은 "연간 15만 배럴 규모로 20년간 공급할 계획이다"라고 현지 언론을 통해 전했다. 

아람코는 현대중공업지주(71.23%)와 함께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다. 지난 4월 현대오일뱅크 주식 17%를 1조3750억원에 매입하고 회사 경영에 참여해왔다. 지분 매입에 이어 원유 공급 계약을 맺으며 양사 간 파트너십은 더욱 돈독해질 전망이다.  

석유공사와도 협력을 모색한다. 양사는 원유 저장설비 구축과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는 최근 국내 기업과 협력을 적극 확대하는 분위기다.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회장은 이날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 준공 기념식에 참석한다. 아람코는 에쓰오일 지분 6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이 공장에 무려 5조원을 투자했다. 

아람코가 지분 70%를 인수한 중동 최대 석유화학사 사빅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과 합작사를 만든 인연이 있다. 양사는 2015년 '사빅 SK 넥슬렌 컴퍼니'를 설립하고 그해 울산에 폴리에틸렌(상품명 넥슬렌)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작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 5억1900만 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해 넥슬렌 2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람코가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은 세계 원유 시장의 '큰손'인 한국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이다. 그동안 중동산 원유에 의존했던 한국은 최근 미국산 도입량을 늘리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낮아져서다. 두바이유(중동산) 가격은 대이란 제재로 오르며 WTI가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 도입량은 2017년 1342만 배럴에서 지난해 6094만 배럴로 354% 뛰었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는 1.24% 증가, 지난해 3억2317만 배럴을 기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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