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눈] 사라질 직업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안타까운 투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6.27 10:47

교통카드 등이 도입되면서 버스 안내양이라는 직업은 사라져 갔다. 신문 배달원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전기나 가스 검침원도 스마트 계량기가 속속 보급되면서 조만간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사라져갈 직업 중에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도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하이패스나 스마트톨링 시스템으로 대체되면서 무인 톨게이트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거리로 나왔다. 외주업체 소속인 이들은 한국도로공사가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하자 "자회사는 외주업체와 별다를게 없다"면서 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도로공사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싸움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고용에 불안을 느낀 수납원들은 2013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내 2015년 1월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용역업체 소속임에도 실제로는 도로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한 점을 인정하고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파견법에 따라 일한 지 2년이 지난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에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하고, 2년이 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도로공사는 항소했으나 2심 법원은 2017년 2월 항소를 기각했다. 마지막 대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별도로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이 근무할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도로공사의 자회사 설립은 정부가 2017년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는 직접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직종별로 정규직 전환 방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도로공사의 경우 안전순찰원 896명은 지난 1월 직접 고용했지만, 요금수납원은 ‘한국도로공사 서비스주식회사’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기로 했다. 대신 임금 30% 인상, 정년 61세로 연장 등과 함께 자회사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직접 고용하면 조직 비대화 부담도 크지만, 몇 년 후 전면 도입될 요금 자동수납 스마트톨링 시스템을 고려한 결정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1일부터 영업소 요금수납원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자회사가 정식 출범한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한 요금수납원은 계약 만료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근무 중인 수납원은 현재 6500여명 정도다.

"임금 인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생존권을 위해 정년까지 일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뿐"이라는 수납원들의 하소연과, "몇 년 뒤면 사라질 일자리를 정부에서 ‘정규직 만들어준다’고 들쑤셨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늘 질타하면서 언제까지 안고가란 말인가"라는 공사 안팎의 이야기도 다 이해가 돼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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