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취소 인보사'...식약처·코오롱·거래소 "우린 잘못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03 17:06

식약처 허가취소 확정에 코오롱 소송전 예고...거래소는 증권사 업무 제한

국민건강 책임지는 식약처도, 인보사 개발한 코오롱도 ‘책임 떠넘기기’ 급급

증권가 "식약처 믿고 상장주관했다...과도한 제재다" 비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오전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해 발표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를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코오롱그룹, 한국거래소 간의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되고 있다. 식약처가 인보사의 성분 변경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당사자인 코오롱생명과학은 약의 효능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여기서 더 나아가 거래소는 신약개발 판매사인 코오롱티슈진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점을 이유로 당시 상장 주관사인 증권사를 대상으로 외국기업 기술특례상장 주선 업무를 제한해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 ‘인보사케이주’ 허가취소...검찰 수사 본격화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에 대해 오는 9일부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HC)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가 담긴 2액을 3 대 1로 섞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5월 28일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이미 3000여명이 넘는 골관절염 환자가 인보사를 투약한 상태였다. 이후 식약처는 지난달 1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의견을 듣는 청문 절차를 거쳐 이날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지난달 초 인보사 개발·판매에 관여한 코오롱생명과학 본사와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이달 2일에는 코오롱티슈진의 권모 전무(CFO)와 최모 한국지점장 등 코오롱티슈진 임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성분 변경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 코오롱생명과학 "유효성 문제 없다...행정소송 제기"

▲3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된 품목허가취소처분에 대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입장.(자료=코오롱)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식약처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 측은 "인보사 2액의 성분 유래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품목허가신청 서류에 기재된 내용과 사실과 달랐지만,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다"며 "그럼에도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한 것은 유감이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해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과연 적법한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다"며 "투약환자들에 대한 장기추적조사, 미국 FDA에 의한 임상 3상 재개를 위한 협조 등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 등도 재확인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식약처와 코오롱그룹 모두 성분 논란과 관련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 건강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개발 단계에 대한 검증이나 검토 조차 하지 않은 채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만 믿고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허가 당시 원인 규명이나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 등도 진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코오롱이 행정소송을 예고한 것 역시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시간을 끌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코오롱그룹이 식약처의 제재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소송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어떻게든 자신들이 억울하다는 점을 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책임이 너무도 분명한 만큼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을 뿐더러 만일 이긴다고 해도 회사에 대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코오롱이 최종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앞으로 인보사를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회사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데다 의사들 역시 혹시 모를 위험성을 감안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보사를 주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 "식약처 믿은 게 죄인가"...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도 ‘불똥’

▲3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된 품목허가취소처분에 대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입장.(자료=코오롱)


문제는 인보사 사태가 애꿎은 증권사에게도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코스닥시장상장규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외국기업 기술특례 상장주선인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해당 규정에는 최근 3년간 상장을 주선한 상장외국기업이 상장 후 2년 이내 관리종목, 투자주의 환기종목, 상장폐지 사유 발생시 외국기업 기술특례상장 주선 업무를 제한하도록 명시했다.

미국에 세워진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개발사이자 미국 내 허가,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인보사의 국내 허가, 판매를 담당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로 2017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올해 5월 인보사 사태로 인해 코오롱티슈진에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만큼 해당 규정에 따라 두 증권사에도 상장 주선업무를 제한하는 제재를 부과한 것이다. 거래소는 오는 10일까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인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한 검증을 끝낸 만큼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상장을 주관했을 뿐인데, 이를 다시 증권사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거래소의 ‘책임 떠넘기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기업 상장특례 건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미 사업의 기회를 박탈당한 만큼 앞으로 상장을 주관하는데 있어서도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그럼 앞으로 식약처가 품목허가 낸 제품에 대해서도 증권사가 다시 검증을 하라는 거냐"며 "이번 사태는 단순 주관사의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와 검증에 대한 문제인 만큼 증권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해당 조항으로 따지면 최종적으로 상장 승인을 내준 거래소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는 당시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아닌 식약처, 코오롱그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이번 사태를 두고 주관사의 과실 여부를 가려서 제재 대상을 판단하려면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규정에 대한 실효성도 떨어지게 된다"며 "외국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사례가 거의 없고, 제재 기간도 굉장히 짧은 만큼 증권사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한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