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난감' 한일 갈등 뿌리 역사인식 걸려...美경제보복 판박이
한일 컨설팅기업 "한일갈등은 아시아판 무역전쟁...강대강 이어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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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중국의 영향력 견제 등을 위해서는 한미일간 3각 공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최근 한일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역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원론적 반응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의해 가해지는 문제를 포함한 역내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하국 간 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미국은 항상 공개적으로나 막후에서나 우리 3개국의 양자·3자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직 한일간 갈등과 관련해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한국과 일본 간 갈등에 대해 즉각적으로 나서기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갈등의 뿌리에는 역사 인식이 걸려있어 사안이 어느 때보다 예민한데다 무역 문제를 고리로 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대(對)중국 관세 폭탄 등 미국의 경제보복 패턴과 일면 유사한 측면이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것이 파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미 조야에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번 사안은 양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만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양자 간 관계를 더욱 틀어지게 할 수 있는 보복 조치 등과 맞물려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한일 간 컨설팅기업인 유라시아 그룹의 스콧 시먼 아시아 국장의 견해를 소개했다.
시먼 국장은 한일갈등을 '아시아판 무역 전쟁'으로 표현하며 "아베 총리도 문재인 대통령도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유약해 보이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 앞서 약해 보이지 않으려할 것이고, 문 대통령 역시 여권이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물러서기를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미국의 전임 정권들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간 갈등 중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해서 제기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면서 전통적으로 한일갈등이 심화할 때 개입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갈등에 있어 눈에 띄게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 등이 미국 기업들에 미칠 부정적 여파와 함께 한일갈등으로 인해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게 되는 부분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