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문' 이재용 부회장, 인맥 총동원...현대차·LG 등 대응책 고심
경제단체도 대화 '물꼬' 모색
▲G20 포토세션 때 ‘8초’간 악수를 하고 한일 두 정상이 엇갈리는 장면. (사진=연합) |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사실상 무역전쟁 선전포고를 하면서 일본산 부품·소재에 의존해 온 대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더 늦어질 경우 2·3차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데다 양국간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대부분 기업들이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 재계,일본 수출규제 돌파구 마련 분주
9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위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가 반도체 관련 소재 부품의 수출 규제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휴일인 지난 7일 오후 늦게 일본 도쿄로 향해 현지 재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친인 이건희 회장 때부터 구축한 일본 내 인맥을 활용해 현지 원로와 기업인 등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아 개인적인 인맥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진=연합) |
LG그룹도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LG화학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9일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소재 부품의 한국 수출 제제 조치 관련) 현재로서는 전혀 영향이 없지만 상황 발생을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소재를 보면 내재화하는 경우도 있고 통상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업체 2∼3곳의 소재를 동시에 사용한다는 게 신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수출제약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며 "원료 다변화와 재료 다변화는 원래부터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였으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이런 노력을 더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에 걸쳐 신동빈 회장 주재로 올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다. 롯데는 그간 사장단 회의를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개최했다. 5일 동안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올 하반기가 처음이다. 최근 한일관계 등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는 롯데 각 계열사 대표와 지주사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회의는 식품, 유통, 화학, 호텔 등 롯데그룹 내 4개 사업 부문(BU) 별로 의견을 교환한 뒤 마지막 날인 20일에 우수 실천사례를 모아 신 회장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펼쳐진다.
롯데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에 직접 연관돼 있지는 않다. 다만 유니클로나 무인양품과 같이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아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불매운동 등에 따른 영향을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한때 ‘롯데는 일본기업인가’라는 주제로 시장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한 신 회장은 4년 전 도쿄에서 열린 장남 결혼식 피로연에 아베 총리가 하객으로 참석했을 정도로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아직까지 직접 피해 대상이 아닌 회사들도 일찍부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수소전기차 관련 부품으로 수출 규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꾸준히 현지 상황을 살피며 일본 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조금씩 염두에 뒀다는 점도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악재다.
◇ 경제단체도 ‘민간외교’로 해법마련 나서
경제단체들도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며 해결방안 마련에 힘을 모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19 한중일 기업가포럼’을 개최한다. 4차산업혁명 관련 경제인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민간 차원에서 양측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6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일본 경제협력 관계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데 정치적 환경이 어려웠을 때도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는 항상 공고히 유지됐다"며 "경제인들과 기업들이 양국 관계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