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경매통계의 오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0 15:48

김태훈 부동산경매 전문 칼럼니스트


이달 초, 경매물건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몇 건 흘러나왔다. 경기가 좋지 않아 상가 등의 부동산이 경매로 진행되는 건수가 많아지고, 주택 또한 강력한 대출규제가 주된 내용이었던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갭투자를 하던 사람들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그에 따라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 전망한 내용들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 진행된 서울의 경매건수를 살펴보자.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총 경매건수는 3438건이었다. 2019년 동기에는 3442건이 진행, 4건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경매건수는 유찰된 사건이 다시 진행되는 건수도 포함되기 때문에 감정가 대비 시세의 차이에 따라 건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감정가가 1억인데 시세가 8000만 원이라면 1억 원을 최저매각가격으로 해서 진행되는 1회차에는 당연히 유찰될 것이다. 8000만 원을 최저매각가격으로 진행되는 2회차 또한 유찰될 것이다. 왜냐면 시세보다 싸게 사기 위해 참여하는 것이 경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3회차는 돼야 낙찰될 가능성이 클 것인데 이렇게 유찰이 많아질수록 경매건수는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의미가 있는 수치는 매각건수이다. 매각건수란 낙찰 된 물건의 숫자이다. 따라서 매각건수로 비교해본다면 작년 1월에서 6월 동안의 수치는 총 1305건이고 올해 같은 기간 동안의 매각건수는 1175건으로 경매물건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할 수 있다.

물건용도별로 살펴보면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작년 9·13대책이후 대출이 어려워진 다주택자들의 물건들이 경매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작년 매각건수는 358건인데 올해는 311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빌라는 작년 397건, 올해는 478건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격상승폭도 미미했던 빌라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서울의 실질적인 아파트 경매물건은 작년 대비 늘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나타나는 각종 지표는 서울의 반등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부동산경매시장에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부동산경매시장은 일반적인 부동산시장보다 먼저 움직이는 성향이 있다. 시장분위기가 좋아질 것 같으면 경매법정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반대로 침체가 예상되면 경매참여인원이 확연히 줄어든다.

굿옥션 자료에 의하면, 2018년 7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경쟁률은 8.06명이었다. 하지만 강남발 폭등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9월에는 그 경쟁률이 12.80명까지 올라간다. 그러다 9·13대책이 발표되자 그 다음 월인 10월에는 7.53명으로, 11월에는 5.3명으로까지 곤두박질쳤다.

그에 맞춰 서울 아파트가격은 10월부터 보합 및 하락세로 전환됐다. 그리고 반년이 넘게 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2019년 4월 서울 아파트 경쟁률은 6.90명이었고 5월도 그와 비슷한 6.98명이었다. 그런데 6월이 되자 7.78명으로 상승했다. 만약 7월에도 이와 비슷한 경쟁률을 유지하거나 이보다 상승한다면 서울은 추가적인 상승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에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매각가율이다. 매각가율이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다. 어느 아파트의 감정가가 1억 원인데 9000만 원에 낙찰되었다면 매각가율은 90%가 된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싸게 잘 낙찰 받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시세대비 얼마에 낙찰 받았느냐 하는 것이다. 감정가가 1억 원이라 해도 낙찰받을 당시 시세가 8000만 원이었다면 오히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은 것이다. 반대로 1억1000만 원에 낙찰되었다면 매각가율은 110%가 된다.

하지만 시세가 1억 2000만원 이라면 오히려 1000만 원 싸게 매입한 격이 된다. 즉, 감정가를 기준으로 한 매각가율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언론에선 이런 매각가율을 가지고 경매시장의 분위기와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전반기, 서울아파트의 매각가율은 104.6%였다. 그냥 봤을 땐 경매시장이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한 수치다. 매각가율이 100%가 넘어가면 시세보다도 오히려 비싸게 낙찰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가가 1억 원이지만 시세가 1억 2000만원인 아파트를 1억 1000만원에 낙찰받았다면 매각가율이 110%일지라도 싸게 잘 낙찰된 사례가 된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상승기에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경매부동산을 감정평가하는 시기는 매각기일 기준 6개월 정도 전이다. 그리고 감정평가금액은 반드시 시세와 일치하지도 않는다. 통상적으로 시세보다 좀 더 후하게 감정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감정평가 후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그 부동산이 상승할 경우 시세와 감정가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은 2017년 후반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미친 듯이 급등했다. 예컨대 감정평가한 시점은 2017년 10월이었고 그때 시세는 7억 원 정도였다면 감정평가금액 또한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몇 개월 동안 폭등해 12억 원이 됐다. 경매가 진행될 때는 1차 최저매각가격이 7억 원이 된다. 이 아파트가 10억 원에 낙찰됐다면 매각가율은 143%가 되지만 오히려 시세보다 2억 원 싸게 낙찰되고 경매가 과열됐다고도 말 할 수 없다.

2019년 전반기 서울아파트의 매각가율은 92.1%이다. 그럼 이 수치만으로 부동산경매시장은 침체됐고 부동산시장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 판단할 수 있을까? 2018년 9·13.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가격은 보합 및 약하락장으로 전환됐다. 이 시기에 감정평가 된 물건이 지금에야 경매로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의 시세는 그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하락했다. 그래서 매각가율이 9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시장 분위기는 위에서 언급했듯 상승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통계자료는 잘 활용하면 약이 될 수 있지만 잘못 활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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