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제로페이 무리한 시행, 정책 후유증 문제될 듯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1 15:49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금융위원회는 최근 논란이 된 간편결제 단말기 무상보급 행위는 부당한 리베이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런 유권해석에 ‘금융위는 그때 그때 달라요’, ‘박원순 페이라는 제로 페이 지원’, ‘규제완화인가 봐요’라는 등 다양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2017년 8개 전업계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근거리 무선통신을 통한 간편결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리베이트에 해당한다며 NFC 단말기 무상보급을 금지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번엔 금융위가 다른 판단을 보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논란에 금융위는 신용카드 중심의 국내 결제 기반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낡은 규제를 정비한 것이라 설명까지 하고 있다. 법이 규제하는 상황에서 다른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기관’이 ‘신용카드결제와 무관한’ QR리더기 등을 신용카드가맹점 등에 보급하는 것은 여전법상 부당한 리베이트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정결제방식을 지원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친절한 주장이다.

여전법에서는 부당한 보상금 등 리베이트 관련규정은 보상금, 사례금 등 명칭 또는 방식여하를 불문하고 모든 대가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전법상 부당한 리베이트는 제공주체가 카드사 또는 VAN사며, 제공목적이 대형신용카드가맹점과의 거래를 위한 경우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제공주체가 신용카드사 및 VAN사가 아닌 공공기관이고, 제공목적이 소상공인 등의 카드수수료 경감 등 공익적 목적이며 신용카드가 아닌 계좌이체방식의 직불형 간편결제 수단을 보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법상 금지되는 리베이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제로페이의 주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포스기 30만대, QR코드 리더기 20만대를 가맹점에 보급하겠다고 해 시장에서 정부의 단말기 지원 정책이 여전법상 금지된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카드단말기 무상 제공은 여전법상 리베이트에 해당돼 엄격히 금지로 해석해 왔건만, 이번 해석은 정책실패를 인정하기 보다 정책지원을 위해 정부가 규제를 풀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여전법은 부당하게 보상금, 사례금 등 명칭 또는 방식 여하를 불문하고 대가를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유권해석으로 공인인증서나 실물카드 없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는 가맹점에 관련 단말기를 무상으로 보급할 수 있는데, 온라인 간편결제를 하는 30여개 가운데 오프라인 결제까지 가능한 곳은 일부만 가능하게 한 점도 한계라 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향후 책임과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제로페이 사업을 전담하는 특수목적법인 SPC를 설립해 추진주체를 맡기고 원격조정을 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정부도 기업처럼 SPC를 선의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 차이가 없는 듯하다. 민간운영의 형태인 SPC를 설립, 운영하면서 필요한 운영자금도 기부금을 통해 조달하려 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다르지 않은 뻔뻔하고 반강압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금융사별로 10억원 이상 정도를 기부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제로페이 자체가 정부가 추진할 사업도, 추진해서도 안될 사업영역이었다. 충분히 시장 여건과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라면 시도 자체를 의심해 볼 사안이었다. 금융에 대한 이해 없이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명분만으로 무리하게 정책화 한 측면이 있다. 금융시장의 기본 원칙과 원리를 무시하고 관치가 시장에 직접 좌판을 깔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이 뭔지 절차가 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면서 무엇이든 하겠다고 나서면서 향후 책임은 면피하려는 교묘한 방법까지 나오고 있다.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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