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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최근 전자상거래법(이하 전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낀 일이 있었다. 식품을 주로 구매해온 쿠팡에서 대장균이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된 새싹보리 분말을 회수하다는 문자를 받고나서다. 당시 다이어트를 위해 해당 제품을 구매했는데, 결과적으로 대장균만 섭취한 꼴이 돼버려서 충격이 컸다.

쿠팡이 해당 제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한 것은 아니다. 이 제품은 제조사인 조은약초가 입점해 판매한 만큼 쿠팡이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체(오픈마켓)는 제품 판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플랫폼 제공 사업자 인만큼 판매업체의 문제 상품에 대해 배상을 하는 것은 억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판매업체를 보고 상품을 구매했을까. 아니다. 소비자들은 오픈마켓의 브랜드를 보고 제품 구매를 결심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호응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조 원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에도 온라인 판매 상품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짝퉁(모조품)에 이어 품질이 좋지 못한 상품 등이 판매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쿠팡에서는 짝퉁 롤렉스시계, 짝퉁 샤넬에 이어 심지어 최근에는 상품명 앞에 ‘몰래카메라’가 붙은 제품도 버젓이 판매돼 논란이 일었다.

모조품 판매는 소비자 개인의 피해로 그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몰래카메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표기된 제품 판매는 사회적인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 통신판매중개업체의 제품 판매를 단순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통신판매중개업체의 짝퉁 판매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올해 초 이마트몰에서는 가짜 이베리코(스페인 돼지고기)가 판매됐으며 위메프에는 2017년 가짜 평창롱패딩인 ‘팽창 롱패딩’이 판매됐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온라인 유통 채널별 위조상품 단속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픈마켓, 포털, 소셜네크워크 서비스(SNS)에서 짝퉁을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2만9746건에 달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제품 판매로 인해 피해 발생 시 통신판매중개업체도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추진됐다. 그러나 업계의 반발에 무산됐다. 다행히도 올해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전상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한다고 하지만, 해당 개정안 역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는 부족해 보인다. 통신판매중개 업체가 판매업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을 경우에만 소비자가 피해 보상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판매중개업체는 현재 판매업체의 가품 및 문제 제품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병행하며 단속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통신판매중개업체의 특성상 입점업체 상품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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