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청신호' 켜졌지만...미중 무역협상이 '복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1 16:14

경기 불확실성 확대 선제적 대응
美 연준 의장 이달말 금리인하 예고
미중 무역협상은 이견차 커 '난항'
일각선 "트럼프 고율관세 고집"
"내년 대선 및 자국민들도 타격"

▲제롬 파월 의장. (사진=AP/연합)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이달 말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주요 국가에서 실망스러운 경기 지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최근 6월 미국 고용지표가 견조하게 나온 것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모두 급등했다. 10일(현지시간)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3.44포인트(0.45%) 상승한 2993.07을 기록했다. 특히 S&P500 지수는 장중 3002.98까지 오르며 처음으로 3000선을 넘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전날 대비 76.71포인트(0.29%) 오른 2만6860.20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0.80포인트(0.75%) 오른 8202.5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와 나스닥지수도 마찬가지로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시장에서는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청신호’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년간 미국 S&P500 지수 추이.


그러나 파월 의장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은 그만큼 글로벌 경기가 어두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무조건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둔화의 장본인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에 대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이견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7월 이후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 美 연준, 이달말 금리인하 시사…"불확실성이 경제 전망 짓눌러"

이날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번 달 기준금리 인하를 비교적 강한 어조로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6월 고용지표가 연준의 시각에 변화를 줬느냐’는 질문에 "직설적으로 답하자면 ‘아니다’(No)"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고용지표는 긍정적이고 좋은 소식이지만 미국 지표는 예상대로였다"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실망스러운 경제지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고용시장이 과열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진단했다.

전날(9일)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 재개에 대해선 파월 의장은 "건설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경제 전망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하지는 못한다"며 "글로벌 성장과 무역의 불확실성이 지속해서 경제 전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서면 자료를 통해서도 "역류(crosscurrent)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면서 "무역 긴장과 글로벌 성장 우려 같은 불확실성이 경제 전망을 계속해서 짓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파월 의장은 무엇보다 무역갈등으로 인해 기업투자 증가세가 현저하게 둔화됐다고 진단하며 경기 확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및 다른 국가들의 경우 무역 갈등 여파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사진=AP/연합)


또한, 낮은 인플레이션에 강한 우려를 드러낸 것도 기준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목표치 2%를 계속 밑돌고 있다"면서 "낮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지속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장기 저물가를 거론하면서 "그 경로를 밟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투자업체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멘트의 제임스 맥캔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달 말 금리인하는 확실해졌다"고 밝혔다. 컨설팅업체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북바르 최고운용책임자는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를 전적으로 보증하는 모습이다"며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0.5% 포인트’의 큰 폭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즉답을 피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 금리선물시장은 오는 30~31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0.25%포인트와 0.5%포인트 인하 전망은 각각 71.4%와 28.7%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나오면서 0.5%포인트 인하 기대는 전날(2.8%)에 비해 10배 이상 뛰었다.

이날 공개된 지난달 18~19일 FOMC 의사록에서도 많은 연준 위원들이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금리인하가 정당화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 대부분의 위원들이 미국의 경제 전망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월가에서는 금리인하의 근거가 되는 경기둔화 자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주가의 핵심 변수인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쎄미스트레이딩의 조셉 살루지 주식트레이딩 부문장은 "FOMC 의사록을 보면 경기 상황이 좀 더 나빠졌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이익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NYT)도 이와 관련해 "연준을 걱정케 만드는 요인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OMC의 금리인하 시그널이 주는 또다른 의미는 미국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해결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난항 예상되는 미중 무역협상…"농산물부터 구매" VS "화웨이 제재 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미중 무역협상 역시 호재보다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대표들은 전화 통화를 하며 무역협상을 본격 재개키로 나선 데 이어 미국은 최근 110개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했던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양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미 행정부는 25%의 관세가 부과되던 의료장비와 축전기 등 전자기기를 비롯한 110가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면제 혜택을 1년 동안 부여키로 지난 9일(현지시간) 결정했다. 해당 품목은 미국이 작년 7월 25% 관세를 물린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포함된 것들이다. 제품의 다수는 미국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거나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 첨단산업 육성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되지 않는 품목이다. 즉 관세 면제가 양국 협상의 판도를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관세 면제 조치가 5월 이후 중단됐던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는 시점에 나온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단이 9일(현지시간) 전화 접촉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 류허 부총리와 중산(鍾山) 상무부장 등과 전화통화를 했다.

미중 무역협상은 지난 5월 9~10일 워싱턴DC에서 협상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담판을 통해 협상 재개의 가닥을 잡았다. 다만 양국은 전화접촉을 하면서도 당장 대면 협상 일정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양국이 핵심 쟁점에 대해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실제 협상을 타결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중단 등 구조개혁과 미국산 농산물 및 제품의 구매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보복관세 철폐와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화웨이를 계속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려둠으로써 제재의 큰 틀은 유지할 방침이다. 이처럼 미중 양국이 갈 길이 먼 무역 협상의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대화로 순조롭게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 일각서 "트럼프, 관세 탓 재선실패 가능성"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한 고율관세 정책을 지속하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중국 공공정책센터의 데이비드 파이어스타인 센터장은 최근 CNBC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대통령’과 ‘재선 대통령’ 가운데 양자택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어스타인은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불분명하지만 관세의 영향이 조금이라도 지속되면 내년 대선의 저울추를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누린 근소한 우위를 내년 대선 때는 중국에 대한 관세 때문에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농민들이 포진한 미국 중서부 팜펠트(Farm Belt·농장지대)는 중국을 겨냥한 고율관세 때문에 피해를 본 곳으로 집계됐다. 미국 농업부에 따르면 중국의 보복관세 때문에 작년 미국 대두(메주콩) 수출 규모는 2017년 약 122억 달러(약 14조4천억원)에서 지난해 31억 달러(약 3조6천600억원)로 74% 줄었다.

파이어스타인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농민 뿐만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인상하는 것은 미국인들 전반에 걸쳐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의 학자들은 고율관세 비용이 거의 모두 미국인들에게 전가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과 달리 관세 부담이 중국 수출업체가 아닌 중국으로부터 제품을 사들이는 미국 제조업체나 중국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파이어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협상을 할 때 이런 사실 때문에 유연성과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점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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