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한반도 유사시 '日 전력제공 추진' 왜 나왔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7.11 15:51

일본 '전력제공국' 참여 논란에 국방부 "불가하다"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받을 국가에 일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전력 제공을 할 수 있는 이른바 ‘전력제공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이 추진될 경우 일본 식민지배의 아픔을 겪은 뒤 처음으로 일본의 전력이 한반도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된다는 점에서 반일 감정과 함께 국민들의 거부감이 즉각적으로 확산됐다. 이런 미묘한 문제 때문에 국방부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브리핑을 통해 "일본은 전력제공국에 포함될 수 없다"며 "논의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사실은 주한미군이 최근 발간한 올해 전략 문서에서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을 소개하며 일본을 언급했던 부분이 드러나면서 알려지게 됐다.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다"라고 명시한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현재 유엔사는 한국,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등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으로 불리고 있다. 국방부는 이들 나라 이외의 국가가 유엔사에 참여하려면 "전력 제공국이 아니라 참모 활동"을 해야 한다면서 "유엔사 요원으로 활동을 할 경우 당연히 우리 국방부와 협의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의 근원은 한미간 전시작전권 이양과 그에 따른 유엔사령부의 역할론과 맞물려 있다. 한미는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넘기기로 합의한 이후 미래연합군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도록 합의한 상황이다. 미래연합군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미군 대장)이 각각 맡는 체제로 개편되는 것이다. 미국이 독자적인 지휘권을 한국으로 넘겨주게 되면서 그에 따른 주도권의 공백을 유엔사를 통해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군 일각에서는 ‘독자 기구화를 모색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사령관(미군 대장)과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될 미래연합군사령관(한국군 대장)이 한반도 유사시 증원될 미군 전력 등에 대한 지휘하는 관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금은 유엔군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을 겸하는 체제라면 문제가 별로 없지만, 전작권이 이양되면 유엔사의 지휘를 별도의 미군 대장이 하게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즉, 미래연합군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게되면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지만, 유엔사는 미래연합군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전력을 구축하게 되고 이 부대의 지휘를 미국이 맡게 되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전력을 미국이 지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전환한 이후에도 독자적인 전작권을 행사하기 위해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이번에 일본을 유엔사 전력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떨어져 나올 유엔사의 전력강화와 그 다변화를 위한 시도일 수 있다.

▲미국은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이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안은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유엔기를 들고 투입될 수 있어 한국민 정서와 배치되고 북한이나 중국 등 주변국도 반발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2019년 5월 비무장지대(DMZ)의 유엔기와 태극기. (사진=연합)


지난 4월 18일, 유엔사는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초청해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었다. 1950년 유엔사 창설 이래 기자단을 공식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에어 부사령관은 유엔사의 임무 수행에 대해 특별히 언급했다. 우선 ‘정전협정 유지’를 통해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과의 군사 회담을 시도하는 등 북한과 소통하는 창구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사시 유엔사에 병력을 제공하는 ‘전력제공국’에서 병력을 한반도로 보낼 때, 이를 수용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임무 수행을 위해 매달 유엔사 회원국의 대사들과 함께 ‘대사단 회의’를 열고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안보 상황과 현안 등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에어 부사령관은 "최근 몇 달 동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완료되면 유엔사에 어떤 변화가 생기냐는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유엔사 입장에서는 전작권이 전환된 이후에도 그 역할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즉, 전작권 전환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정전협정 체제를 관리·감독하고 유사시 다국적 증원 전력을 투입하도록 하는 유엔사 역할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유엔사가 이렇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미디어데이까지 열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따른 유엔사의 존폐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동안 북한은 유엔사의 존재를 시종일관 부인해왔다. 그리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후에는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전작권마저 한국에 넘길 경우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역할이 더욱 애매해진다고 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 미국은 유엔사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다국적 군사협력체 형태로 만들려고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6·25전쟁 종전선언 이후 새로운 평화체제와 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 이후 다국적이고 독립된 군사 기구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을 유엔사에 포함시켜 그 전력을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전개시켜 유엔사의 역할을 재정립하려 한 것이다. 이번 해프닝은 존폐가 걸린 유엔사(미국)가 다국적 군사협력체로 거듭나기 위해 시도한 산고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남북미 정상들의 판문점 회동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의 뼈대가 되는 한미의 군사협력 시스템은 휴전 이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군사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도 손질할 때가 온 것이다. 


[에너지경제신문=성기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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