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장관, '안전성, 기술, 가격' + '지정학적 요소' 고려
한수원·로사톰 2파전서 '1강 1중 4약' 급반전
한수원, 원전 기술력·안전성 내세워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RosAtom)이 체코 원자력 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치고 유력 사업자로 떠오르고 있다. 체코 정부가 △안전성 △가격 △기술 외에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하기로 하면서 같은 유럽에 속하며 경제적으로도 긴밀한 러시아가 한국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렐 하블리첵(Karel Havlicek) 체코 산업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규 원전 사업자 선정 기준에 대해 "기본적으로 안전성, 가격, 기술 등이지만 지정학적 요소도 고려될 것"이라며 "가령 국가와의 협력 관계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히 하블리첵 장관이 '지정학적 요소'를 언급한 것은 원전의 경우 협력 관계는 60~70년 지속되기 때문이다.
하블리첵 장관이 지정학적 요소를 선정 기준 중 하나로 삼으며 당초 한수원과 로사톰간 2파전에서 로사톰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체코 원전' 수주전의 초기 판세가 2파전에서 '1강 1중 4약'으로 급반전됐다는 것. 체코 원전 수주전에 한수원과 로사톰 외에 중국광핵집단(CGN), 프랑스 EDF, 프랑스·일본 컨소시엄 ATMEA,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러시아는 체코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경제·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체코는 1989년 이전까지 옛 소련(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외교 정책을 따랐던 역사가 있다. 러시아는 체코의 8대 교역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친러 성향인 밀로스 제만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양국 간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혈 팬으로 알려졌다. 체코가 EU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정당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듯 현재 체코가 보유한 원전 6기도 모두 러시아가 만들었다. 로사톰이 원전 수주를 자신하는 이유다. 알렉세이 리하체프(Alexey Likhachev) 로사톰 최고경영자(CEO)는 "승리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로사톰의 기술력은 이미 체코에 잘 알려져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한 바 있다.
한수원은 원전 기술력과 경험을 내세워 로사톰에 맞선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APR1400 운영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바라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40여 년간 원전을 가동하며 큰 사고가 없었던 점도 강조할 방침이다.
한편, 체코 정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두코바니와 테멜린 원전 사업을 예비승인했다. 1200㎿급인 두코바니 원전은 2028~2030년 착공해 2034~2035년 완공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약 45억(약 5조2800억원)~100억 달러(약 11조7000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테멜린 사업은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체코는 2021년 국제 입찰에 돌입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