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싼타페 차량을 전달했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속도(現代速度).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 진출 초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자 생겨난 신조어다. 현대차는 2002년 당시 중국 내 합작회사를 만들자마자 1호차를 생산해 현지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내놓는 신차마다 대박을 터트리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현대차가 베트남에서 ‘제2의 현대속도’ 신화를 써내려갈 조짐이 보인다. 반조립제품을 조립·판매하는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후광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 성장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인들은 이동수단으로 이륜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 규모가 인구 대비 작은 편이다. 지난해 연간 자동차 수요는 28만 7949대로 한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전년(22만 6120대) 대비 시장 규모가 27% 증가하는 등 잠재력이 큰 곳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 탄콩그룹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CKD)으로 현지에 진출했다. 이후 2017년 3월부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탄콩그룹과 생산 합작 법인 ‘HTMV’를 설립해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해외 전략 모델인 i10을 비롯해 엑센트, 엘란트라, 투싼, 싼타페, 포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탄공그룹과 생산에 이어 판매 합작법인까지 설립하며 현지 대응력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현대차와 탄공그룹은 올해 초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고객의 니즈에 맞춘 탄탄한 판매망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1차적으로 현지에서 연 10만대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생산 법인은 올해 1월부터 기존 2교대 근무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해 생산능력을 기존 4만 9000여대에서 최대 6만대로 끌어올렸다. 내년 하반기에는 10만대까지 몸집을 키운다.

현대차는 현재 토요타에 이어 현지 점유율 2위 업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합작 법인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서며 성장하는 시장에 맞춰 사업 체제를 재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서 약 3만 600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 전체 성장률(21%)을 뛰어넘는 정도다. 엑센트와 그랜드 i10 등이 전체 판매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입장에서 향후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 역할을 해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사드 보복’ 이후 중국 내 판매가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선전하며 이를 만회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인도 내에 연간 70만대 가량의 판매 체제를 구축해둔 상태다. 1998년 인도에서 자동차 생산·판매를 시작해 지난해 누적 생산대수가 800만대를 넘어섰다. 인도 내 차량 판매 대수는 지난해 기준 55만대 수준이다. 브랜드별 점유율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이 아직 자동차 문화가 성숙하지 않았지만 도로 상황이 크게 개선되고 인식이 바뀌면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박항서 감독 효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는 시장을 선점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